한국일보

붉은 악마와 후원자 문화

2006-06-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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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AP 통신은 올해 LPGA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 한국여자프로골프 선수들의 선전 배경을 그들의 재능과 성실한 훈련뿐만 아니라 자녀의 목표달성을 위하여 우리민족의 부모들이 헌신적으로 모든 것을 희생하는 “올인 문화(All-In Culture)”로 들었다.
자녀의 성공을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는 우리네 부모들의 희생정신은 본질적으로 자녀가 잘되고 이웃이 잘되고 사회가 잘되고 국가가 잘되기를 바라는 “후원자 문화”에 기인한 것이다.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위대한 인물 뒤에는 항상 훌륭한 부모, 특히 어머니가 있었다.
율곡 선생 뒤에는 신사임당이 있었고 이순신 장군의 뒤에는 초계 변씨가 있었으며, 한국계 미식축구 스타 하인즈 워드 뒤에는 한국인 어머니가 있었다. 이렇듯 우리 민족의 어머니는 자식 교육의 가장 훌륭한 스승이었다.
우리 민족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단군조선을 건국한 단군왕검의 어머니인 웅녀(熊女)를 만날 수 있다. 그녀는 곰을 숭배 대상으로 하고 있던 웅족의 여인으로서 환웅에게 깨달음을 청해 21일간 동굴 속에서 단식을 통해 인간답게 사는 깨달음을 얻은 후 그 아내가 되어 단군왕검을 낳으신 분이다.
따라서 웅녀는 우리 민족의 어머니이신 셈이며 그 깨달음의 지혜가 우리 민족의 피 속에 전해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주변에 훌륭한 어머니가 존재하고 있음은 당연한 일이며 이러한 토양에서 아낌없이 후원하고 배려하는 후원자 문화는 우리 민족의 자연스러운 본성 발현의 결과인 것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이 한창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의 응원문화를 통하여 우리민족은 승패를 초월한 진정한 응원정신과 질서를 전 세계인에게 보여주었다. 이는 진정한 후원자 문화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것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통하여 다시 한번 붉은 악마의 응원을 보고 있다. 일부 응원 후의 무질서함과 무절제함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우리 태극전사들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격려를 하며 승리에는 환호와 찬사를 패배에는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 붉은 악마의 모습에 크나큰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한 붉은 악마의 모습에서 우리 민족의 우수함, 기개, 그리고 정신문화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번 월드컵을 대하는 붉은 악마의 슬로건은 “Reds! Go Together for Our Dreams!”이다. 정상의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함께 뭉쳐서 독일로 가자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이를 “진정한 후원자 정신을 통하여 민족정신을 부활하고 전 세계인 모두와 하나가 되자”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유성모
국제평화대학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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