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의 딸들

2006-06-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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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 아침, 아내는 일어나자마자 한국신문이 배달되었느냐고 물으면서 신문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였다. 나는 그 이유를 물었다. 아내는 ‘한국의 딸’이 선거에서 이겼는지 알고 싶어서라고 하였다. 아내는 이름도 모르고 어느 선거구인지도 모르지만 한인의 딸이 선거 후보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는 나에게 아내는 ‘메리’라는 이름인데 성이 일본사람 같다고 하면서 그 사람이 당선자 명단에 올랐는지 찾아달라고 하였다.
선거 날인 화요일 날짜 한국신문에는 메리 하야시가 선거지구 18지역구에서 예선에서 당선될 전망이 크며 캘리포니아 주의회 의원으로 당선될 것이라는 기사와 함께 그녀의 사진으로 가득 찼다. 예측한 대로 수요일 날 한국신문에 하야시 후보가 이스트베이 구역에서 민주당 예선 당선자 명단에 올랐다.
매일 아침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도 한국일보와 함께 우리 집 문 앞에 배달된다. 나는 메리 하야시 이름을 깨알같은 당선자 명단에서 찾기 위해 신문 뒷면까지 샅샅이 뒤졌다. 신문에서 그녀의 이름을 확인한 후 나는 인터넷으로 들어가서 ‘하야시 2006년’이라는 후보 웹사이트로 들어갔다. 그녀의 이력을 읽었다. 이 ‘한국의 딸’이 한국사람이라는 힌트를 사이트에서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나는 이 사실을 아내에게 말하면서 혹시 아내가 잘못 알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아내는 실망하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면서 “미국사람들로부터 표를 더 많이 얻기 위해 한국이름을 일부러 빼버렸다는 기사를 읽었다”면서 메리 하야시가 한국사람이라고 하였다. 나는 “참 안됐다. 그녀는 그녀의 김치도 아마 눈에 보이는 곳에서 감추어버릴지도 모르겠다”고 아내에게 말했다.
지난 주 목요일 밤 ‘아름다운 도전’이라는 음악회를 즐기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데이비스 심포니 홀에 앉았다. 관람객들의 대상은 수미 조였는데, 그녀도 또 다른 ‘한국의 딸’이었다. 하야시 후보와 다르게 조수미는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수줍어하지 않았다. 많은 오페라 곡을 부를 수 있었지만 그녀는 두 곡을 한국말로 불렀다.
내가 추측하기로는 심포니 홀의 청중들이 아마 절반 이상이 한국사람들이었고 나머지는 조수미의 팬들로 오페라를 즐기는 미국사람들이었다. ‘아름다운 도전’음악회는 그야말로 다문화 행사였다. 한국사람 오페라 가수가 미국에서 독일말로 이탈리아를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다.
우리 부부와 함께 동행한 미국인 친구 부부는 금방 조수미의 팬이 되어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특히 그녀의 앙코르곡을 즐겼다. 그들은 조수미와 피아니스트가 다섯 번이나 무대에 나타나서 앙코르로 한인들에게 응답하는데 놀라워하였다. 그야말로 한국인의 딸이라고 칭송을 받을 만한 태도였다.
오늘 아침 한국일보 첫 페이지에 미국서 챔피언이 된 또 다른 한 사람의 뉴스가 실렸다. 세리 박이 메릴랜드에서 LPGA 골프 챔피언으로 승리를 하였다는 헤드라인이다. 그녀는 오스트레일리아 캐리 웹과 스위스 아니카 소렌스탐을 이겼다고 보도한다.
이 ‘한국의 딸’은 어쩌면 딸이라고 하기보다는 어머니라고 하겠다. 1998년 그녀가 골프계에 출현한 후 수많은 한국여자 골퍼들을 태어나게 하였으니까 말이다. 현재 32명의 한인 여성 골퍼들이 LPGA 투어를 하며 골프게임을 하고 있다!
메리 하야시는 그녀의 한국이름을 잃었다. 수미 조는 그녀가 한국사람임을 말하여 주는 이름을 간직하고 있고, 세리 박은 그녀의 한국이름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이 세 명의 한국의 딸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많은 한국의 딸들이 미국의 갖가지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미국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교육학 박사·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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