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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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문교의 매력

2006-06-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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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 처음 오는 사람들이 가장 보기를 원하는 것은 금문교이다. 우리 집을 방문하는 귀한 손님들은 친한 사람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당연히 이 곳에 모시고 간다. 그리고 다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워낙 유명한 거니까…’ 혹은 ‘왔다는 증거를 남기자’라거나 ‘이것이 그 유명한 금문교로군’ ‘생각보다 규모가 작구먼’ 심지어는 ‘베이 브리지가 나는 더 좋네…’라고 하기도 하고 ‘동부에 있는 다리가 더 볼만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처음에는 나의 안목도 별로 그 분들과 다를 수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정도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오랫동안 북가주에 살면서 금문교를 바라보는 느낌이 자꾸만 바뀐다. 어느 골목길을 가다가 느닷없이 눈앞에 나타나는 다리를 본다든지 먼 바다에서 바라보는 정취가 그렇게 멋질 수가 없다. 상상 이외로 금문교를 볼 수 있는 곳이 무척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다리를 바라보는 마음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코앞에서 올려다보는 다리, 혹은 산 위에서 내려다보게도 되는 다리, 소살리토에서도, 버클리에서도 금문교는 보인다. 어느 곳에서 보든지 아름다운 그 다리에 안개라도 드리워지면, 마치 베일에 감추어진 미인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여성적인 아름다움과는 달리, 가까이에서 보는 다리는 의외로 완강하고 견고해 보인다. 흡사 균형 잡힌 몸매에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을 지닌 꽃미남을 보는 듯하다. 금문교가 다른 장소에 만들어져 있어도 이처럼 아름다울 것인가. 그 아름다움은 아마도 주위의 환경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금문교는 주위의 산과 바다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그것은 마치 본인의 재능과 실력이 빼어날 뿐만 아니라 누구보다도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서 더욱 돋보이는 사람과도 같고 좋은 가문의 품위 있는 귀공자 같기도 하다.
금문교가 없는 샌프란시스코, 혹은 다른 곳에 서있는 금문교를 상상해 본다. 어쩐지 어색하고 한심해진다. 30년 동안 갈고 닦은 안목을 가지고, 이제는 샌프란시스코에 가는 날에는 아름다운 다리가 있어서 더욱 즐겁다. 건축물인 아름다운 다리와 사랑에 빠지기라도 한 것은 아닐까. 금문교를 설계한 사람은 물론 주위의 환경을 참조하고 계획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완성이 된 후 그렇게까지 아름다운 다리가 될 것이라고 정말로 알고는 있었던 것일까.
처음에 보는 사람들이 느끼는 것처럼 다리가 그렇게 작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안다. 예기치 않은 곳에서 문득 문득 보게 되는 여러 각도의 다리를 바라보면서 자연히 알게 된 새로운 놀라움이다. 그것은 친숙한 것이 홀연히 보여주는 전혀 새로운 신선함이며 그래서 불러오는 경탄과도 비슷하다. 개성이 있고 매력이 가득하다. 어찌 일개의 건축물이라 한들 사랑하지 않고 견딜 수가 있으랴. 다리의 느낌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아련하게 하였으면, 그 곳에서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하려는 사람들조차 있다는 것인가.
‘행복을 느끼세요. 쓸쓸한 날에는 다리를 건너보아요. 아름다운 것은 만들어지는 것이며 가꾸어지는 것이죠. 그리고 주위 환경과 조화를 이룰 때에 비로소 빛을 발하는 것이라고요’라고 나의 아름다운 금문교는 우리를 바라보면서 그렇게 말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오래 전에 그것을 건축하면서 힘을 모았던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보낸다.

임문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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