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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법 H-1B 취업비자 쿼타 소진

2006-06-0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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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국 갑작스런 발표
신분유지 등 피해자 많을듯

지난 목요일(1일) 이민국은 2007 회계연도의 H-1B 취업비자가 모두 소진되었다고 발표했다. 그것도 날짜를 일주일이나 뒤돌려서 5월25일까지 접수된 케이스와 5월26일 접수된 케이스 중 일부만 쿼타에 포함시키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5월23일께 아직도 약 1만5,000개 정도가 남았다고 중간 발표를 한 뒤 3일만에 쿼타가 동이 났다는 얘기다.

쿼타 소진이 임박해왔다는 마지막 사인은 5월25일경 마지막 한도 집계(cap count)에 있어 약 1만2,000개 정도만 남았다는 이민국 발표였다. 이틀만에 약 4,000개 케이스가 접수되었다는 이례적인 사실을 보고 받고 그때부터 모든 이민 변호사들은 다른 일 제쳐두고 수중에 있는 H-1B 내보내기에 전력을 다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이미 5월25일 발표를 보고 그때부터 준비해 내보낸 서류는 모두 다 쿼타에 해당이 안 된다는 얘기였다. 메모리얼데이 주말에 꼼짝도 못하고 H-1B 서류준비에 매달리고 지난 주중에 다른 업무를 모두 중단시킨 채 H-1B에만 몰두해 준비한 모든 H-1B 신청서가 결국은 말짱 헛수고였던 셈이다.
이민변호사협회는 이날 쿼타 소진 소식을 접하고 정확하지 않은 이민국의 한도 집계 중간 발표를 비난하고, 이로 인해 엄청난 사람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과 그 전해에도 쿼타 소진은 있었지만 올해는 유례를 찾기 힘든 속도로 마지막 순간에 갑작스럽게 소진되었다는 점에 이민변호사들도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하루하루가 조급한 신청자 입장에선 아직 괜찮을 거라는 변호사의 얘기만 철썩 같이 믿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황당한 경우를 당하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변호사 입장에서도 예상치 못한 일을 당해 정말 난감한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어쨌든 이렇게 쿼타가 빨리 소진됨으로써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 것은 신청자들이다. 이렇게 된 이상, 미국에서 석사를 받지 못한 신청자들은 내년 4월 전까지 신청을 할 수가 없고, 또 내년 회계연도 시작 때까지 미국 내 합법적인 체류신분을 유지해야 한다.
현재 H-1B를 신청하려는 사람들은 유학생 신분이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 다음은 한국에서 바로 신청한 사람들, 그 다음은 현재 미국 내에서 배우자의 동반자 비자를 소유한 사람들인 것으로 본다.
유학생인 경우에는 현재 남아있는 OPT 기간과 거기에 추가적으로 60일을 더한 날짜까지는 미국 체류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 이후는 미국 밖에서 기다리거나, 아니면 학업을 계속 해야 한다.
방문비자로 미국에 입국해 유학생 신분으로 바꾼 사람들은 한국에 나가서 기다리는 방법보다는 미국 내에서 학업을 계속 해 신분을 유지하는 방법이 안전할 것으로 판단한다.
이번 취업비자의 조기 소진은 여느 해 보다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기업 차원에서도 유능한 인력을 비자소진으로 채용 못 하고 외국으로 돌려보내는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위하여 정부에 적잖은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한가지 기대해 볼 것은 현재 상원을 통과한 이민개혁안이 하원을 통과하는 것이다. 그 중에 H-1B의 쿼타 확대안도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비록 취업비자는 1년 보류된다 해도 취업이민, 즉 영주권 신청은 지금이라도 가능한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궁극적인 영주권 취득 기간은 영향을 받지 않게 될 수도 있다.
(310) 214-0555
강 지 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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