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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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졸업생에게 ‘축하’의 선물을

2006-05-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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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시즌이다. 막내딸이 대학을 졸업했다. 베이사이드 고등학교 다닐 때 아침마다 자동차로 등교시켜주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대학을 졸업하다니 세월이 너무나 빨리 흘러가는 것 같다.
졸업식장에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한 말 중 “You made it!”(해 냈다!)가 인상에 남는다. 4년 동안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 기특한 일이다. 대학 1학년 기숙사에 들어갈 때 방문이 어떤 문제가 있어 열리지 않자, 울던 딸 아이. “저렇게 방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울고 있으니 어떻게 대학 4년을 견디어 낼까” 했는데 해 냈다.
이제부터다. 졸업이란 말은 끝이 아니다. ‘코멘스먼트’(commencement)란 영어의 졸업식이란 말의 뜻에는 학위수여식이란 의미도 있지만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4년 동안 대학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가지고 사회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처음 발을 들여놓는 시작 단계가 대학에서의 졸업이다.
세상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세상의 험난한 난관은 시작된다. 핑크 빛 졸업장을 가슴에 안는 순간 검은 빛 세상의 역경이 그 앞에 놓여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새로운 시작은 그만큼 모험이 따르지만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관문이요 더 나은 세상을 향유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대학을 졸업한 후 바로 직장을 잡게 된다. 사회의 초년생으로 자신의 앞길을 개척해 나가게 되는 초입이다. 직장은 자신의 전공에 맞게 잡겠지만 그 직장에서의 생활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는 더 직장생활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의 적성과 직장에서의 하는 일이 잘 맞아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느냐이다.
만에 하나 자신이 대학에서 4년 동안 공부를 하고 전공에 맞게 직장을 잡아 일은 시작했어도 적성에 맞지 않아 즐겁게 일을 할 수 없을 경우 자신의 진로를 다시 생각해 봄은 현명하다. 이 때 필요한 것은 대학원 진출이다. 대학에서의 전공은 어쩌면 사회생활을 해 나가는데 필요한 기초 전공지식을 배운 것이라 할 수 있다.
대학원은 대학보다 한층 학문을 깊게 하는 곳이다. 그리고 대학만 나와서는 프로라고 할 수 없지만 대학원을 나오게 되면 전문성을 더 갖추게 된다. 즉 전공에 관한한 프로가 되어 자신의 일에 더 매력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게 된다.
학자로 나가려면 대학원에서 더 공부를 하여 석사를 마친 후 박사과정을 밟으면 된다. 요즈음 추세로는 문과가 아닌 이공계 계통은 박사과정을 밟고도 학자로 남지 않고 현장에 들어가 연구원으로 지내면서 직장생활과 자신의 삶을 즐겁게 펼쳐나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러니 꼭 박사과정을 밟았다 해서 학자나 교수가 되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문제는 해결하면 된다. 해결은 방법 선택의 지혜로움을 가져야 한다. 대학을 나와 직장을 잡고 적성에 안 맞는다고 이 직장, 저 직장 옮겨 다닐 것이 아니다. 왜 적성에 안 맞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전문가들의 상담을 통해서도 자신의 더 나은 진로를 결정할 수도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생을 즐겁게 살아가는 것. 새로운 시작을 통해 자신의 전공과 적성에 맞게 직장생활이나 사업을 벌이며 즐거움을 갖고 평생을 살아갈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행복한 사람도 없을 게다.
‘얼마나 많이’ 버느냐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즐겁게’ 사느냐는 더 중요하다. 졸업, 시작이다. 새로 시작되는 삶이 소득에 가치를 두는 것보다는 생의 질, 즉 얼마나 미래가 즐겁고 아름다운가에 더 비중을 두고 사회로 진출하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라며 모든 졸업생에게 ‘축하’의 선물을 드린다.

김명욱
목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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