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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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와 어머니

2006-05-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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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의 민들레꽃을 보면 우리의 삶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울 곳을 스스로 선택하는 민들레는 한 뿌리도 없다. 인간 역시 부모를 선택해서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없다.
민들레는 비옥한 땅이건 돌짝 사이건 어떤 조건에서도 뿌리를 땅속 깊이 뻗어 살아남아 꽃을 피운 후 먼 곳으로 떠난다. 민들레는 삐죽 삐죽한 모양의 이파리들로 둥지를 틀고 새끼들은 그 안에서 어미의 보호를 받으며 자라난다. 민들레는 초록색 한가운데로 솟아오른 텅 빈 줄기에 매달려 초록모자를 던지고 부드러운 노랑 꽃봉오리가 접시 모양으로 활짝 꽃을 피운다. 그리고 아침 햇살을 받으며 피었다가 저녁이면 꽃은 다시 오므려 봉오리가 된다. 매일 이렇게 활짝 피어나고 오므리기를 반복한다.
민들레 새끼들은 어른이 되기 위해 이런 연습을 충분히 하고 어미 민들레는 새끼들을 밖으로 내보낸다. 노란 민들레꽃은 은빛 공으로 변신하여 깃털을 매단 가볍고 환한 모습으로 어린 씨앗들에게 날아갈 준비를 시킨다.
민들레는 이민자처럼 터를 잡고 정착해서 새끼들을 보살피고 새끼들이 새로운 지평을 찾도록 미지의 세상으로 떠나 보내는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존재를 향해 자신을 열고 미래를 향해 떠나야 하는 것이다.
사회학자들이 설명하는 인성학에 의하면 인간은 태어난 순간 처음 만나는 타인, 즉 어머니가 주는 깊고 넓고 조건없는 사랑을 받으며 자란다. 유아기와 아동기를 거쳐 청소년으로 이어져 청장년이 되기까지 어머니의 교육으로 성장한다. 어머니는 언어와 행동이 일치해야 하며, 훈육과 감정을 구분 할 줄 알고, 엄격하게 자신을 다스리며 자녀를 양육한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떠나 보내게 된다. 그 중에서 어머니는 가장 의미 있는 타인으로 자녀가 홀로 서고 홀로 사는 삶을 익히게 하고, 인성을 갖춘 고유한 인간으로 성장시킨다.
옛말에 “어머니를 보면 자식을 알 수 있고, 자식을 보면 어머니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얼마전 비행기를 타고 가는 중 뒷좌석에서 유난히 떠드는 한국 여학생들이 있었다. 뒤돌아보며 물어본즉, 둘은 여중 1학년에 유학왔고 다른 한 아이는 고1 때 유학 왔다고 한다. 부모 덕에 유학 와서 공부하는 것은 좋겠지만 살면서 부딪치는 많은 일상적인 문제며 자라면서 배워야 할 가정 교육은 누구에게 배울까 잠시 생각 해봤다. 인생은 공부만으로 평생이 좌우되지는 않는다.
어머니에게 자식은 기쁨이요 보람이다. 요즘 한국 사회에는 대물림이 만연했다. 재벌총수는 아들을 재벌 사장자리에, 교회 원로목사는 아들을 목사로 취임시키는 풍토이다. 부모는 자녀가 독립한 개인으로서 살아갈 능력과 성품을 키워주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생업으로 하며 창조적 능력으로 살아가는 사람처럼 행복한 사람은 없다. 자녀가 장래에 하고 싶어하는 일에 대한 속내를 진지하게 들어주며 어머니는 마음을 비워야 한다. 민들레가 자연 순리에 따라 새끼들을 새로운 지평으로 떠나 보내 듯.
오월을 보내며 어머니로서 나는 어떠했는지 뒤돌아보며 담아본다.


신 헬렌
화가·시인
Helenshin21@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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