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배, 후배, 동년배

2006-05-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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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간의 관계가 전통사회에서는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애써 공들이지 않으면 세대끼리 차단되기 쉽다. “남자가 부유한 인생을 살고 싶으면 세 그룹의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며 살라”는 말을 어느 선배로부터 전에 들은 적이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의 말에서 지혜를 발견하게된다.
첫번째 그룹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세대들과의 접촉이다. 목적은 젊은이들을 이끌어주고 멘토의 역할이다. 두 번째 그룹은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동년배 세대들이다. 같은 세대의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만나서 일상에서 겪는 고민과 성취를 공감하며 상부상조하는 친구의 역할이다. 세 번째 그룹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과의 접촉이다. 한 세대 앞서가는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장래에 일어날 일을 대비하는데 필요한 지혜를 배우는 입장이다.
목회를 하고 있는 나는 가끔 한인 2세 교회에 초청 받아 설교를 하는 기회가 있다. 20~30대로 형성된 이 그룹은 나의 자녀들 세대이다. 모두들 젊고 신선하다. 어떤 젊은이는 대학교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학기말 시험을 위해 기도를 부탁한다. 어떤 젊은이는 여자친구 문제로 고민한다. 한 쌍의 젊은이는 다음달에 있을 결혼 준비를 하면서 혼전 상담을 부탁한다.
젊은 세대와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들이 부딪치고 있는 인생의 어려운 과제의 해답을 찾고자 나에게 질문을 하는 것을 보게된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정성껏 젊은이들의 좋은 멘토가 되려고 노력한다.
젊은이들은 나의 대답을 어떤 때는 고마워하기도 한다. 어떤 때는 그들의 일상을 공유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세대간의 거리감도 느낀다. 1960년대에 겪은 나의 젊은 시절의 경험과 2000년대의 그들이 겪고 있는 경험의 차이를 실감하기도 한다.
매주 목요일 아침 여섯시 반, 나는 열두명의 남자들이 모이는 성경공부를 인도한다. 이 그룹은 40세부터 60세이다. 나는 이 그룹의 중간치 나이에 속한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나눈 다음 각자가 경험하는 일상생활을 나눈다. 주로 우리들의 대화는 자녀들 때문에 속상한 이야기, 자녀들의 성공, 실직, 병든 부모님들에 관한 것들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위로한다. 우리는 서로의 삶 속에서 자신의 삶을 바라보며 위로 받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한다.
금요일에는 지역교회 중심으로 모이는 남선교 연합회에 나는 참석한다. 대부분은 은퇴한 사람들이다. 이 그룹리더는 88세인 나의 친구 필이다. 우리는 그를 ‘Phil the philosopher’라고 부른다. 2차 대전때 비행기 조종사였던 존은 자신의 추억이 담긴 DVD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하였다. 지난주에 나는 존의 DVD를 상영하여주었다.
나보다 한 세대 앞서가는 이들의 대화는 건강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신장결석이나 전립선 암 같은 병이 나이가 든 남자들에게 자주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지붕에 올라가는 것 보다 내려오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아내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나는 이 그룹멤버로서는 ‘베이비’이다. 나에게도 곧 다가올 미래의 창문 역할을 하는 이들로부터 미래를 대처하는 지혜를 배운다. 스누피 개 이야기를 자주 하는 스탠은 자신의 건강이 개 때문이라고 한다. 날마다 개를 걷게 하기 위해 그는 산보를 한단다. 스탠의 현명한 삶 속에서 나의 미래를 보기도 한다.
나는 세 그룹과 지속적으로 접촉을 하려고 노력한다. 이 모든 사람들은 내가 뒤돌아보고, 곁눈질하며, 앞을 보고 걸어가는 인생 길에 표적이 되어준다. 여러 세대들과의 만남으로 부유한 나의 삶. 심장 고동을 느끼는 순간마다 나는 감사한다.

교육학 박사·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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