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계 평화와 자식 키우기

2006-05-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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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화면에 나타나 인간의 살상을 부추기는 발언을 하는 이슬람계 테러조직 지도자들을 보며 나는 그들이 표면상으로 종교를 내세우지만 실상은 자신들이 섬기는 신의 가르침을 오히려 역행해가면서 신을 빙자하여 그들 내부에서 느끼는 복수의 욕구를 만족시키려는 그 증오의 근원이 무엇일까 의문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대부분의 인간은 밟히면 튄다. 고로 핍박에 대한 저항은 이해가 되지만 누구나 무차별적 살상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스탈린이나 히틀러, 오사마 빈라덴에서 각종 살인범들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심리 밑바닥에는 인간의 목숨을 소중히 여길 줄 모르는 잔인한 범죄성이 깔려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세상이 평화로운 곳이 되려면 마음이 평화로운 인간들을 키워내는 것이 선행되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자녀 교육을 잘 해야 한다는 무거운 짐이 부모들 어깨에 지워져 있음을 다시 상기하게 된다.
스스로 좋아서 수만권의 책을 읽고, 주위 사람들을 깊이 배려하며 밝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중학교 2학년생과 초등학교 5학년생 아들들을 키우고 있는 한국의 한 아버지가 자신이 읽은 3백여권의 자녀교육 서적과 실제 자식을 키운 경험, 주변 사람들에 상담을 해주며 얻은 지식들을 토대로 ‘지성과 감성이 조화로운 아이로 키우는 실천적 지침서’라는 부제가 달린 책을 냈는데 나는 그 책을 밤을 새워 읽어보았다.
그 책에서 저자 최희수씨는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개성을 존중하면서 아이가 내부의 힘에 의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식사, 수면, 기질, 기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아이가 자란 다음의 성장단계에서도 그 생활을 받아들일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버릇이 잘못 들까봐 우리는 아이들을 일부러 울리기도 하는데 그럴 것이 아니라 생후 처음 36개월에는 아이 특성에 따른 욕구들을 충분히 충족시켜 주어야하며 이시기에 충분한 배려를 받은 아이들을 심리가 안정되고 남을 배려할 줄 알며 자신이 타고난 가능성을 최대로 발휘할 기반을 닦게 된다는 것이다.
부모가 정해놓은 틀에 아이를 맞추려 하면 아이는 격렬히 저항하지만, 부모가 아이를 마음대로 고치려는 노력을 포기하면 아이는 부모에게 협조한다는데, 그는 “부모를 골려주기 위해 세상에 태어나는 아이는 단 하나도 없다”고 강조한다.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오사마 빈라덴의 부모는 어떤 사람들이었으며 어떻게 자식들을 키웠는지 궁금해진다. 최희수씨의 이야기는 사실 간단한 것 같지만 실천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그만큼 자녀에게 관심을 집중하여 성격과 요구를 파악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며 부모의 기준을 고집하지 않으려면 엄청난 인내심이 요구된다.
“배려깊은 사랑이 행복한 영재를 만든다 (푸른육아 간)”는 책이 한국의 한 부모에 의해 쓰여져 한국의 수많은 부모들에 읽히고 있다는 사실이 내게는 무척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입시지옥의 나라 한국, 그 속에서 버르장머리 없고 이기적인 아이들만 키워내는 나라인 것 같아 은근히 걱정했던 내가 이제는 안도의 숨을 조금 쉴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이 책이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부모들에게 고루 읽혀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아무리 문화가 달라도 자식을 키우는 기본 원리는 모든 인간 사회에 고루 적용될 수 있는 것이므로. 말 그대로 세계 평화는 진정 한 가정에서 부터 이루어지는 것임을 확신한다.

김유경
Whole Wide World In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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