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2006-05-1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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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통한 치유의 고백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랑 후에 오는 것들’등 두 권의 책을 현재 소설부문 톱 베스트셀러에 올려 놓았으며 발표하는 소설마다 독자의 사랑을 받는 작가 공지영의 산문집이다. 기형도의 ‘빈집’ 김남주의 ‘철창에 기대어’, 자크 프레베르의 ‘이 사랑’, 루미의 ‘물레방아처럼 울어라’등 39편의 시를 통해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는 이 책은 서정적인 문장과 진솔한 내용으로 애잔한 감동을 준다.
오랜 자기치유의 시간을 보내온 그녀는, 이제 ‘나를 모욕하고, 나를 버리고 가버렸던 사랑’을 용서한다. ‘너무 무서워서 늘 용기를 내지 않으면 안 되었던 나의 길고 길었던 삶’, ‘분노를 일으킬 만큼 일말의 동정심도 없는 인색한 삶’을 고스란히 받아들인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누군가를 만나는 일 자체가 상처라고 느꼈던 시절’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마음속으로 소리쳐야만했던 날들’을 담담히 말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에게 버림받았던 기억도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나를 버리고, 빗물 고인 거리에 철벅거리며 엎어진 내게 일별도 남기지 않은 채 가버렸던 그는 작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며칠동안 아무 말도 못했지요. 그가 죽는다는데 어쩌면 그가 나를 모욕하고 그가 나를 버리고 가버렸던 날들만 떠오르다니...”
고통과 상처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저자를 위로한 것 시였다. 글을 쓰지 못하고 칩거하던 긴 기간동안 힘들 때마다 시를 읽으며 마음을 다스려온 저자는 혹독한 자기 치유의 과정을 치러냈기에 한층 성숙해 질 수밖에 없음을 느낀다.
이 책에는 작가로서 시와 문학을 꿈꿔왔던 시절부터 시작된 생의 외로움과 고독, 여성으로서 부조리한 삶을 온몸으로 겪을 수밖에 없었던 그의 사랑과 상처, 그것을 통해 깨닫게 되는 더 큰 사랑과 용서, 삶에 대한 치열한 용기 등에 대한 그의 문학적, 인간적 사유가 담겨있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끝까지 여류(?) 예술가로서의 소임을 다하고자 한 저자의 영혼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공지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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