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아이때문 가정평화 흔들린다
2006-05-07 (일) 12:00:00
▶ 키보드 떼어 출근하는 아버지… 컴퓨터에 총 쏜 아버지
엄마: “이제 그만하고 좀 자라.”
아들: “10분만 더 할께.”
취침 시간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자주 벌어지는 컴퓨터 게임을 둘러싼 밀고 당기기다.
게임중독증의 전형적 증상은 ▲늦은 취침 ▲게임에 열중하느라고 숙제, 식사 등을 제때에 못하면서 성적이 떨어지고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줄면서 대인관계가 악화되고 ▲게임을 말리는 부모에 대한 폭언 등으로 나타난다.
컴퓨터 게임을 둘러싼 갈등은 종종 심각한 사태로 발전하기도 한다. 지난달 24일 플로리다에서는 44세의 아버지가 하루종일 컴퓨터 게임만 하는 22세 아들과 말다툼을 벌이다 결국 아들이 들여다보는 컴퓨터 모니터에 권총을 발사함으로써 아버지가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한인 부모들도 자녀들의 게임 중독을 차단하기 위해 ‘극약 처방’을 쓰기도 한다. 출근 때 자녀 컴퓨터 자판을 떼어 가져가거나, 온라인 게임을 못하도록 인터넷 연결을 끊어 놓고 등의 방법이다.
그러나 상담 전문가들은 이런 강경책은 오히려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감정만 상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워싱턴 청소년재단의 최경수 총무는 “경과나 결과가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하는 마약 문제에 대해서는 부모들이 익명을 전제로 상담해 오는 경우가 많지만, 컴퓨터 게임 문제는 대개 가정 내에서의 말다툼 형태로 발전할 뿐 외부로 잘 표출되지 않는다”면서 “지나친 컴퓨터게임은 신체 발육을 저해시키고 대인관계·성적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소년상담 전문가들은 컴퓨터 게임이 청소년 문화의 주요 부분이므로 ‘무조건 못하도록’ 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은 그간의 치료사례를 통해 ▲컴퓨터 게임 등 PC 사용을 하루 두시간 정도로 줄이기로 자녀와 약속하고 잘 지킬 경우 상 주기 ▲부모와 자녀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바둑·낚시·여행 등의 ‘공동 여가’를 개발함으로써 PC 사용시간을 줄이고 대화시간을 늘리는 방법을 추천한다.
그간의 연구에 따르면 게임중독에 쉽게 빠져드는 청소년들은 우울증과 적응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컴퓨터 게임이 가정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맞벌이 부모 등이 자녀와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을 게임중독으로 빠지기 쉽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가족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에 힘쓰는 것이 유일할 해결책이라는 조언이다. <최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