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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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빠를수록 좋다

2006-05-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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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부부간에 다툼이 있은 얼마 후에 하는 것이 건강에 좋을까?
김씨 부인이 있었다. 그녀가 남편과 심한 말다툼을 한 후 몇몇 친구들을 만나서 나눈 대화의 내용을 소개한다.
그녀는 원래 말이 없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잘 안하는 성격이다. 그 날 아침 남편과 크게 말다툼을 하느라고 예정시간 보다 좀 늦었다. 늘 일초도 틀리지 않게 오던 친구가 늦었기에 친구들이 이유를 물었다. 그녀는 “나 지금 남편하고 크게 싸우고 오느라고 늦었다”고 말했다.
대화는 자연히 용서로 옮겨갔다. 한 친구가 그녀에게 집에 가자마자 남편에게 용서를 말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녀는 “나 지금 당장은 용서하지 못해”라고 말했다.
친구가 “그래도 해지기 전까지는 용서해야 한다”고 말했더니 그녀는 “오늘, 해 떨어지기까지 아직도 8시간이 남아 있으니까 그 시간까지 남편을 용서할지 말지, 남편에게 아침에 내가 잘못했으니 나를 용서하라는 말을 할지 말지를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다른 친구가 말했다.
“빨리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이 너의 몸과 마음, 영혼의 웰빙에 좋다”
그녀는 속으로 “내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 용서가 안 되는데 어떻게 용서하나? 오늘 저녁 해 지기 전까지 두고두고 생각하며 분노를 삭이고 그 다음에 용서를 말할 것인지 생각하겠다”고 자신에게 말했다.
기쁘고, 화나고, 슬프고, 즐거운 감정(희로애락)은 마치 전염병과 같아 주위에 퍼진다. 다른 사람이 기분이 좋으면 나도 기분이 좋은 것이다. 울적하고 화난 감정은 주위를 가라앉게 만들고 부정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용서는 내 마음의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조건적이다. 내가 용서하지 못하면 나도 용서를 받을 수 없다는 기독교의 진리가 있다. 용서를 할 수 있는 것은 본인의 마음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본인의 마음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
어느 누구에게나 특히 부부에 있어 의견 차이로 말다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차라리 말을 하지 않거나, 입을 다물어버리는 것 보다 건강한 관계이다. 그러나 누가 먼저 용서를 말하는지는 그 사람 됨됨이, 성숙도와 가정을 지키려는 마음의 상태에 달려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용서가 안되는 마음이 오래 가면 싸우던 때의 분노 등 격앙된 감정이 몸속에서 축적되고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상승하며 소화장애, 신경이 예민해지는 등의 변화가 온다. 몸에 전시와 같은 긴장 상태를 유지하며 해소되지 못한 채 남아있는 감정은 홍수를 만나 언제 터질지 모를 둑과 같아진다.
용서를 말하는 자가 이긴 사람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아는 사실이다.


김금옥 목사·정신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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