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려한 문체와 왕성한 활동으로 꾸준하게 독자의 인기를 모으는 작가 최인호가 쓴 마지막 역사소설이다. 백제(잃어버린 왕국), 고구려(제왕의 문), 통일신라(해신)를 거쳐온 저자가 그 여정의 끝으로 가야(제4의 제국)에 이르렀다.
1세기 중엽부터 6세기 중엽까지 주로 낙동강 서쪽에 분포했던 국가들의 총칭인 가야는 신라 고구려 백제와 달리 전체 역사를 서술한 정사가 없기 때문에 흔히 신비의 왕국으로 알려져 있다. 실체는 있는데 역사서는 없는 수수께끼의 왕국이 바로 가야제국이다.
1990년대 경남 김해의 대성동 고분군의 발굴은 1500년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던 금관가야가 다시 섬광처럼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금관가야의 대왕이 묻혀 있었을 것이라 추정되는 제13호 대성동 고분에서는 파형동기를 비롯한 다량의 유물이 출토되었다.
일본에서도 ‘왕들의 무덤’에서나 발굴되었던 매우 제한적인 파형동기가 김해 대성동고분의 발굴과 함께 파형동기를 화두로 한일 고대사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나간다. 대성동 고분에 묻혔어야 할 왕들이 5세기 초반에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왕릉의 언덕, 즉 대성동 고분군과 700년의 영화를 버리고 증발해 버린 것이다. 우리 민족의 잃어버린 아틀란티스, 그 가야를 찾아 한일 고대사에 얽힌 미스터리를 밝히는 저자의 역사탐험은 추리소설처럼 긴박감 넘치게 펼쳐진다.
일본 천황의 시조는 제4의 제국 가야인이었다. 일본 씨름인 스모의 시조도 가야인인 토부신 노미스쿠네며, 천만궁에 모셔진 학문의 신 스가하라, 세계 3대 거대 고분 중의 하나인 인덕천황릉의 주인공, 이 능을 축조한 사람들도 가야인이었다. 또한 일본 최고의 도기인 스에기의 제조자도 가야인이었음을 저자는 고고학, 역사적 고증, 일본, 인도 등의 현장답사를 통하여 밝혀낸다.
제4의 제국 가야를 2000년의 침묵을 깨고 당당히 역사의 전면에 부상할 수 있도록 한 이 소설을 통해 저자가 가지고 있는 강인한 역사 인식을 독자들은 새삼 실감할 것이다.
최인호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