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결혼의 계절

2006-04-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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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사는 아들로부터 그의 여자친구에게 청혼을 하였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녀의 대답이 “Yes” 였다며 기뻐하는 아들과 함께 아내와 나는 아들의 선택을 기뻐하고 있다. 다음달에 우리부부는 뉴욕에서 있을 아들의 결혼식에 갈 것이다. 아들의 부탁으로 나는 아들의 결혼식 주례를 할 터이니, 그날 나는 목사로서 신랑의 아버지로서 두 배의 기쁨을 누릴 것이다.
요즈음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한 쌍의 젊은 남녀에게 결혼 상담을 하고 있다. 지난 금요일 우리부부는 그들과 함께 하이킹을 갔다. 나는 신랑감과 대화를 하며 걸었고, 아내는 신붓감과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밀폐된 방에서 상담하는 것 보다 자연 속에서 상담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있다는 것을 몇 년 전 경험한 후 나는 ‘상담 하이킹’을 즐긴다. 평탄한길, 굽이굽이 도는 길, 가파른 언덕길,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걸어 도착한 언덕 위에 앉아서 태평양을 내려다보며 우리 네 명은 점심을 먹으면서 결혼에 대하여, 기독교인의 결혼관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지난달 우리는 이상한 전화 메시지를 몇번 받았다. 마치 911번에 비상 구호를 청하는 듯한 긴급한 목소리의 여자가 한국말로 “여보세요. 여보세요.”하며 몇 번 반복하다가 메시지도 남기지 않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하루에 한두 번씩 반복되던 이 수상한 전화 메시지의 주인공은 한국에 사는 아내의 먼 친척 아주머니로 밝혀졌다. 그 아주머니는 아내에게 중요한 부탁이 있어 몇번 전화를 하였다고 하였다.
그 긴급 전화 내용을 아내로부터 들으면서 나는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전화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미국 동부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의 남편 감을 골라 달라는 주문이었다. 수 십년동안 소식없이 지낸 아내에게까지 긴급 전화를 걸어 사윗감을 찾아 달라는 주문도 나에게는 생소하지만, 더욱 이상한 것은 사윗감 조건이었다. “크리스천이며 의사나 치과의사, 한국사람이면 더 좋고 미국사람도 괜찮다”라는 조건이라면서 아내는 이러한 중매주문이 친지로부터 가끔 들어온다며 나더러 이에 맞는 독신 청년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빈 포켓을 털어 보이면서 고개를 저었다.
흥미로운 것은 뉴욕, 캘리포니아, 버지니아에 사는 이 세 명의 독신 여성들이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집 며느릿감도, 내가 카운슬링하고 있는 아가씨도, 아내의 먼 친척 조카도 모두가 서른 두살 동갑이라는 것이다. 요즈음 젊은 세대들이 전 세대보다 결혼을 늦게 한다는 소문이 맞기는 맞나보다. 미국에서 여자의 결혼 평균연령이 25살이고 한국은 27살이라고 하니 서른 두 살짜리 이 세명의 미혼녀들이 결혼 적령기를 넘긴 셈이다.
다민족 영어목회를 하면서 만나는 교인들이 20대와 30대 청년들이다. 이들 대부분이 독신이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이 결혼보다는 커리어와 라이프 스타일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알게 된다. 어떤 젊은이들은 자신의 부모의 이혼을 예로 들면서 결혼에 대한 불신감을 보이기도 한다.
아버지로서, 상담자로서, 중매자로서 나는 올 봄 결혼의 계절을 맞이한다. 아버지로서, 나는 아들의 결혼식에 참여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해 하는 아들과 함께 기쁨속에 젖어있을 것이다. 결혼 상담으로 만난 두루와 리사의 결혼에 주례자로서 참석할 것이다. 하나님 앞에서 결혼 서약하는 부부가 어떤 상황에도 결혼서약을 깨지 않기를 기도한다. 서로 사랑하며 하나님이 중심이 되는 가정을 이루는 서약을 공식적으로 선포하는 주례는 목사로서의 특권임을 나는 안다. 중매인으로서의 나는 할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안다. 버지니아에 살고 있는 아내의 조카가 크리스천 남편을 만나기를 기도한다.
결혼식에 참여할 적마다 나의 결혼식 추억이 떠오른다. 이 젊은이들이 자기의 짝을 찾아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기를 기원한다.

교육학 박사·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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