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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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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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나누는 사랑과 축복

영문과 교수이자 번역가이며 뛰어난 에세이스트인 저자의 영미시 해설과, 밝고 순수한 화풍으로 유명한 화가 김전선의 아름다운 그림이 어우러진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책’이다.
영미문학사의 기라성 같은 시인들의 아름다운 시에다가 장영희 교수의 천생의 문학적 감수성이 옷 입혀져서, 살아 숨쉬는 시로 재생되었다. 무채색인 세상에 무지개가 뜨듯 생경하면서도 황홀한 느낌이 드는 사랑과 축복의 기쁨을 담은 시 50편과 그 해설을 담고 있다.
“시인은 바람에 색깔을 칠하는 사람입니다. 분명 거기에 있는데, 분명 무언가 있는 것을 느끼는데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우리 대신 표현해주는 사람입니다.
시인들의 고뇌와 사랑, 의지, 인내, 희망을 함께 나누며 언어와 정서,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어, 결국 시는 우리 모두의 삶 자체라는 것, 시는 아프고 작은 것도 다 보듬어 안아서 우리에게 기쁨과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시집 한 권을 읽는 따뜻한 여유가 우리의 생활을 얼마나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를 알리고 싶다”고 저자는 서문에서 말한다.
이 책에 소개된 시인들은 대부분 영문학도가 아니더라도 상식으로 알아둘 만한 거장들의 작품으로 세익스피어, W. B. 예이츠, T. S. 엘리엇, 에밀리 디킨슨, 로버트 프로스트 등이다. 제목은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생일’이라는 시의 제목과 주제에서 따온 것으로 육체적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생일도 중요하지만, 사랑에 눈떠 영혼이 다시 태어나는 날이야말로 진정한 생명을 부여받는 생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책의 모든 시마다 시가 주는 느낌을 살려 그린 화가 김점선의 아름다운 그림은 또 하나의 감동이다.
파격적이고, 강렬하면서도 온화하고, 밝고 유쾌하면서도 환상적이고, 대담하고 단순하면서도 섬세한 화폭은 희열과 힘이 넘치지만 왠지 슬프도록 애잔하고, 순수와 순진무구함에에 대한 외침과 열망이 바로 시인들의 그것과 꼭 닮았다.
시와 그림이 어우러진 시화집에서 풍기는 빛과 향기를 통하여 우리는 밝고 긍정적인 삶의 의미를 깨우치며, 이웃을 향한 축복과 간절한 사랑의 메시지를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아름다운 정체성을 배울 것이다.
장영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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