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람 보는 법

2006-04-0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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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에 다니는 차량들과 그 너머 봄이 와버린 들판이며 그 끝에 이어지는 산자락을 아주 오래도록 바라볼 시간을 가졌다. 꽃 한 송이가 아름답고 소중하듯,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이야 얼마나 소중하고 귀하랴.
뉴스를 통해 요즘 한국에서 통치자들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심란하다.
옛날 어느 젊은 왕이 등극하여 스승에게 물었다.
“스승님께서는 평소에 집안이 가난하게 되면 어진 아내를 생각하게 되고, 나라가 어려우면 훌륭한 재상을 생각하게 된다고 하셨는데, 그러고 보면 재상을 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데 무엇을 기준 삼아 재상을 정해야 옳은지요?”
그러자 나이 많은 스승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사람을 보는 데는 법이 있습니다. 첫째, 그가 평소에 누구와 친하게 지내는 가를 보아야 합니다. 둘째, 그가 넉넉할 때 어떻게 베푸는가를 보고, 셋째, 높은 자리에 올랐을 때 그가 천거하는 사람을 보고, 넷째, 그가 어려운 일을 만날 때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일은 하지 않는가를 보아야 합니다. 다섯째, 그가 빈곤할 때 무엇을 취하며 무엇을 취하지 않는가를 보아야 합니다. 이 다섯 가지 사람 보는 법으로 재상을 정하면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새 임금은 스승의 가르침을 따랐고, 그 결과 나라가 부강하게 됨은 물론 왕은 이름 높은 성군이 되었다. 훌륭한 왕이 되는 비결? 그것은 확실히 사람 쓰는 법에 달렸나 보다. 아니, 그보다 먼저 사람 보는 법에 능해야 하리라 생각된다.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무엇보다도 인재등용, 사람을 골라 벼슬시키는 일, 그 일부터 잘해야 하리라 생각된다. 사람의 어리석음과 현명함을 분간하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이다. 그것은 분명 통치자가 갖출 덕목이 아닐까.
군주의 인물됨을 모르겠거든 그의 측근을 보라고 했다. 대통령 곁에는 덕이 높고 훌륭한 사람들이 모여야 하며 그래서 역할에 따라 적격한 인물이 선정되어 나라가 부강해지면 고국 떠나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을 보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가 지상에서 꺼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분히 문화적 유산이 될만한 말이다. 글과 말은 살아서 눈으로 들어오는데 머리와 가슴은 이어지지 않으니......
이기주의로 무장하고 살아가는 세상이라도 자신의 고통보다 남의 고통을 먼저 알아보는 통치자는 없을까? 유난히 파란 봄 하늘 떠도는 구름 위에 염원을 고국으로 띄워 본다.


신헬렌 화가·시인 helenshin21@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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