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비즈니스협-DC주민회 토론회‘블런트’ 판매 논쟁
2006-04-02 (일)
마약 흡입용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블런트’라 불리는 값싼 시가 제품의 판매중단을 요구하는 워싱턴 DC 아나코스티아 지역 주민협회(ACC)와 워싱턴 한인비즈니스협회(회장 차명학) 사이의 두 번째 대화 모임이 30일 오후 6시 마틴루터킹 애비뉴 상의 주민회관에서 열렸다.
1월31일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날 모임에는 주민과 시청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 첫 모임 때의 세배나 되는 인파가 몰렸다.
마약흡입용으로 활용될 수 있는 유리 대롱 등은 ‘패러퍼네일리아(paraphernalia)’라는 품목으로 분류돼 판매가 금지돼 있다. 그러나 10여년 전부터 마약 몰아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ACC는 올들어 “한인 그로서리 스토어 등에서 판매되는 블런트 시가의 속을 파내어 마약흡입용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블런트를 계속 판매하면 해당 업소를 고발해 허가갱신을 막겠다”고 위협해 왔다.
DC 시정부 밥 로버트 어드미니스트레이터 역시 이날 모임에 참석해 “방탄유리를 설치하고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무책임하게 판매에만 열중하고 있다”며 비난에 나섰다. 이들 주장에 대해 차명학 회장 등 비즈니스협회 회원들은 “흑인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지니 취업은 힘들고 그래도 돈은 필요하니 손쉬운 마약판매에 나선다고 최근 한 시의원이 지적했다”며 “주민과 상인들이 힘을 합쳐 청소년들의 학력을 높이고 여가선용을 돕는 등의 근본대책을 마련해야지 적법한 제품을 판매하는 상인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려 사태를 단순화해서는 안된다”며 반론했다.
이날 모임에서 상인과 주민들은 열띤 토론을 벌였지만, 모임이 끝난 뒤 차명학 회장과 ACC의 필립 퍼넬 회장은 추가 협의를 통해 “앞으로 상호 협력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기로” 합의했다.
차 회장은 31일 “그 동안 ACC는 업소들에 대한 암행조사 등 압력을 가해 왔지만 앞으로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기로 약속했다”며 “각 업소와 주민조직이 자발적 협약(voluntary agreement)을 맺어 그 내용을 지키면서 청소년 마약문제에 공동대처하기로 퍼넬 회장과 일단 구두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30일 미팅에는 비즈니스협회 소속 회원 20여명이 참석 주민에게 식사를 제공했으며, DC에서 장사를 하는 타민족 상인들도 여럿 참석해 관심을 표시했다.
두차례 미팅에서 양측은 격한 토론을 벌였지만 오히려 이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결론이다. 또한 비즈니스협회는 ACC와의 분쟁을 원만한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됨으로써 앞으로 DC 내 타지역에서의 유사한 도전에 대해서도 좋은 선례를 남긴 셈이 됐다. <최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