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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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하나 되는 길

2006-04-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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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너와 내가 어느 순간 똑같은 맘과 생각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때가 있다. 그런 순간, 우리는 어느 때보다 순수한 맘으로 진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얼마 전 야구 월드컵이라는 WBC 경기들에서 한국 팀의 선전을 응원하는 우리 마음 또한 그랬다.
미국에서 자라난 여덟 살 된 딸아이나 네 살 된 아들아이도 가슴 졸이고 울먹이며 한국 팀을 응원했다. 동계 올림픽, 아니 월드컵 경기에서부터 이어지는 한국선수들의 활약은 다시금 우리가 모두 한국인으로 하나 됨을 느끼게 해주는 좋은 계기였다.
지난 주 안타까움과 채 식지 않은 흥분으로 인터넷 신문에서 WBC 한일전에 대한 기사들을 검색하면서 문득 북한정치범 수용소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요덕 스토리’라는 기사를 보게 됐다. 옥수수 한 그릇, 소금 한 숟갈로 14시간의 중노동을 견디고 탈출하다 잡히면 돌팔매질로 처형된다는 함경남도의 ‘요덕 수용소’를 탈북자 출신의 연출자가 4년간 준비하여 어렵게 극으로 올렸다는 기사였다.
공연을 올리기까지 협박은 물론, 극장의 대관심사 탈락, 투자자들의 투자 철회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마침내 나라안팎 천여 명의 후원자의 성금으로 겨우 공연에 이르렀다고 한다.
자금부족으로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무대전환 대신 배우들이 직접 도구를 나르며 무대를 바꾸면서 공연 막간을 소음으로 장식했지만 관객 어느 누구도 불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일반관객보다는 각국 대사관과 일본의 대북구호단체의 단체관람이 이어지고 있다는 뉴스였다.
60여 년이란 세월의 강을 두고 나눠진 남과 북, 이제는 많은 이들이 통일을 말하고 예전과 달리 화해 분위기로 접어들어 정치 인사들과 사회 각계 인사들의 만남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통일이란 그리 먼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가 가야할 하나 됨의 길은 소수 정치인들이 악수를 하고 어깨를 맞대며 형제임을 내세우는 길이 아니라 우리 민족 전체가 서로의 고통과 아픔을 나누고 챙겨주어야 할 길일 것이다.
얼마 전 읽었던 강철환 기자의 북한 정치범 수용소 체험을 담은 ‘수용소의 노래’는 수용소의 잔인한 현실을 직면하기가 힘들어 읽어 나가는 게 무척 괴로웠다. 아니 사실은 북한사람들의 처참한 오늘을 외면하고 단지 우리가 하나라는 사실만을 강조하려는 오늘의 한국사회의 통일관이 자꾸 떠올라 격앙되는 감정을 누르며 책을 끝내기가 어려웠다.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이름으로 하나 됨을 느끼는 요즘, 우리 부모세대에 하나였던 북한 동포들을 한번쯤 떠올렸으면 한다. 그들도 우리 자식세대에서는 하나 됨을 함께 나누며 같은 마음으로 감동을 느낄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 란다.
그리고 그 하나 됨을 위해선 단 열매만이 아닌 그들이 갖고 있는 쓰디쓴 고통과 괴로움을 함께 나누고 같이 극복해가는 과정을 거쳐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진정 우리 한국인들이 하나 되는 길일 것이다.

김현주 전 TV 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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