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 “와인 띵호와”

2006-03-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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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외국산 와인 판매량 30%‘껑충’
포도원 300여곳서 국산 와인도 생산

‘중국이 와인을 마시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이제는 와인시장에도 관심을 돌려 와인의 생산과 소비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원래 중국에서는 서양 스타일의 포도주를 만들지 않았고, 주류시장은 맥주가 84% 이상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와인산업에 대해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가져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의 와인 수요는 놀랄 만큼 크게 늘어났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와인을 전혀 알지도 못하고 마시지도 않던 중국인들이 최근 소득이 증가하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 것. 요즘 중국에서는 와인이 중산층 신분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중국와인산업협회(CWIA)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 내 와인 소비량은 1999~2004년 사이 79%가 늘었다. 문제는 고품질 와인 수요가 늘고 있는데 중국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질이 아직 매우 저급한 단계에 있다는 점. 따라서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산 와인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으며 베이징에서는 지난 한해 동안 외국 와인의 판매가 30%나 증가할 정도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프랑스 와인의 수입이 2005년에만 47.8% 증가하면서 중국은 프랑스 와인수출국 20위안에 진출, 침체에 빠진 프랑스 와인산업을 중국이 구해주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의 변화 역시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와인시장에 눈을 뜬 사람들이 유럽 등지에서 포도나무를 들여와 와이너리를 차리기 시작하면서 중국산 와인의 질이 해가 갈수록 향상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발빠른 주류업체들이 중국과 합작회사를 차리거나, 부산히 문을 두드리고 있음도 물론이다.
현재 중국에는 군소업체를 포함해 300여개의 포도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중 대표적인 와이너리는 창유(Changyu), 만리장성(Great Wall), 다이너스티(Dynasty), 그레이트 드래건(Great Dragon)이며, 가장 품질 좋은 와인을 만들고 있는 곳은 화동(Huadong) 와이너리다.
‘중국의 나파 밸리’로 불리는 북동부 산동(Shandong) 지방에 있는 화동 와이너리는 상당히 품질 좋은 샤도네와 리즐링을 양조하고 있으며 특히 샤도네는 최근 유럽과 남아공 등지에서 열린 대회에서 몇 차례 금메달을 수상했을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화동 와이너리는 원래 사과나무 과수원이었는데 80년대 중반 홍콩의 와인상 마이클 패리가 선견지명을 갖고 유럽에서 4만그루의 포도나무를 들여다 심으면서 유럽 스타일 와이너리로 변신했다. 그런데 수 차례 실패를 겪으면서도 포도원 정착에 힘썼던 패리는 성공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고, 그의 재가 묻힌 포도원에서 이제야 질 좋은 와인들이 생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화동 와인의 75% 이상이 국내에서 소비된다는 점이다. 고급 호텔이나 식당, 바, 카지노의 와인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5년 전 3만케이스를 만들었던 화동은 지난 해 10만케이스를 생산했고 올해는 그 두배인 20만케이스 출시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조만간 100만케이스 판매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추세로 보면 2010년 안에 자체 브랜드의 와인이 중국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고, 머잖아 중국와인이 세계시장을 휩쓸 날이 올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업계에서는 2010년까지 중국의 와인 생산량과 판매가 매년 15%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급 포도주와 이를 즐기는 부르조아들을 혐오해 온 공산국가의 국민들이 바로 이 포도주와 부르조아 계급을 열망하게된 시대의 변화를 보면서 역사의 아이러니를 읽는다.



중국의 대표적인 레드 와인들. 붉은 색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은 레드 와인을 주로 마신다. 베이징에 있는 식품점의 와인 섹션에서 중국인들이 와인을 구경하고 있다. 유럽산 와인의 수요가 작년 한해에만 30% 늘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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