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게임냐, 본즈 죽이기냐’
2006-03-08 (수) 12:00:00
크로니클 기자들 ‘BALCO’ 파헤친 ‘Game of Shadow’ 출판
‘스테로이드 맨’ 배리 본즈에 대한 융단 폭격이 재개됐다. SF 클로니클지의 두 기자에 의해 파헤쳐진 책 ‘Game of Shadow’가 출판되기에 앞서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지의 웹사이트를 타면서 본즈가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책은 상세한 데이터와 함께 본즈가 98년부터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왔으며, 이는 마크 머과이어의 홈런 신기록에 질투심이 일었기 때문이라는 것, 본즈가 또 한시즌 최다 홈런을 친 2002년에 최소 2종류 이상의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점, 자이언츠 구단도 이를 감지하고 있었던 사실 등이 게재돼 있다.
‘Game of Shadow’가 출판되면 올 베이비 루스, 행크 아론의 기록에 도전하는 본즈는 스테로이드 스캔들로 더욱 곤욕을 치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기록이 깨지면 본즈의 홈런이 자력이냐, 스테로이드 때문이냐의 치열한 공방이 오갈 것은 불보듯 뻔하다.
본즈의 스테로이드 복용은 자이언츠 팬들을 제외하고는 메이저리그에서 매우 심각한 이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루스, 아론을 넘어서 메이저리그 사상 최대거포로 거론되는 본즈가 스테로이드로 얼룩진 가짜 홈런왕이라면 신성한(?) 야구계의 명예가 크게 실추될 것은 분명하다. 더욱이 ‘워터게이트’등 인간의 양심문제에 민감해온 미국사회가 스테로이드를 복용치 않았다고 발뺌해온 본즈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문제다.
본즈의 잘못은 스테로이드 복용도 문제지만 삼척동자도 속지않을 거짓말 연속에 있다. 본즈는 연방 대법원 증언에서 트레이너 앤더슨이 주는 약을 복용했을 뿐 스테로이드인줄 몰랐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슨 지암비 등이 솔직히 시인함으로써 면죄부를 얻은 것과는 달리 본즈는 아직 공개적인 사과가 없는 실정이다. 공개사과가 있었다면 넘어갈 수 있는 문제를 본즈 자신이 키우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본즈의 양심문제는 차치하고, ‘BALCO 스캔들’이 재차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본즈 죽이기’가 목적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어제오늘 터진 문제도 아니고, 본즈 혼자 한 것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스테로이드’를 다시 거론하는 것은 본즈에 대한 질투내지는 죽이기가 목적이 아니냐는 것이다. 본즈가 머과이어의 대기록에 질투심이 일었기 때문이란 지적도 다소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다. 본즈가 머과이어가 홈런 70개를 때린 98년을 기점으로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에 착안한 소설일 뿐, 본즈가 이에 자극받았을 수는 있으나 홈런을 치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는 사실은 다소 억지다.
본즈는 원래 홈런 타자가 아니었다. 본즈가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면 이는 말그대로 근육강화나 체력유지가 목적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이 홈런에 도움이 되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스테로이드 = 홈런’이라는 등식은 더이상 메이저리그에서 통하지 않는다. 아무도 스테로이드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스테로이드 때문에 홈런이 장난처럼 터져나온다는 등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본즈는 ‘Game of Shadow’ 출판을 앞두고 볼 필요도 거론할 필요도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사실 미국 언론은 문제를 물고늘어지는 근성은 알아줄만하지만 그것도 문제 나름일 따름이다. ‘Game of Shadow’ 로 본즈가 죽지 않을 뿐더러, 또 여론도 이미 식상해 있다. 이로 인해 돈을 좀 번다면 모를까.
<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