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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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2006-03-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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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하게 존재하는 삶

법정 스님은 70년대말 모든 직함을 버리고 송광사 뒷산에 스스로 불일암을 지어 칩거한 후 30년동안 한달에 한편 쓰는 글로써 세상과 소통해 왔다. ‘선택한 가난은 가난이 아니라’라는 청빈의 도를 실천하며 ‘무소유’의 참된 가치를 널리 알린 법정 스님은 2006년 지금도 강원도 산골 화전민이 살던 오두막에서 여전히 홀로 살며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이 책은 법정 스님 출가 50년을 기념하여 시인이자 탁월한 편집자인 류시화가 법정 스님의 글과 법문들에서 130여편의 대표적인 내용들을 뽑아 엮고 세계적인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의 명상적인 사진들로 삽화와 표지를 장식했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축시와도 같은 이 잠언집은 무소유, 자유, 단순과 간소, 홀로 있음, 침묵, 진리에 이르는 길과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로 채워져 있다. 순간 순간 새롭게 태어남으로써 어떻게 하면 단순하되 영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 것인가의 가르침들이 행간마다 읽는 이를 일깨운다.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살 때는 삶에 철저해 그 전부를 살아야 하고, 죽을 때는 죽음에 철저해 그 전부가 죽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어디에도 기대서는 안된다, 오직 자신의 등뼈에 의지해야 한다,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 순간의 있음이다, 저마다 서 있는 자리에서 자기 자신답게 살라, 모든 것은 지나간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을 받아들여라 등등… 영혼을 맑게 하는 글들이 인상적인 사진과 어우러져 그 깊이를 한층 더해 준다. 행복을 어떻게 찾는 지와 지속적으로 행복감을 유지할 수 있는 그 방법을 이 책에서 모두 들려준다. 잔잔한 호수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오직 행복한 존재의 만족감을 얻기 원하는 모두에게 이 책은 큰 선물이 될 것이다.
가사장삼이 전부인 스님의 삶, 그럼에도 누구보다 큰 존재감과 말씀으로 우리를 위로하는 스님은 우리에게 큰 귀감이 된다. 서구의 헨리 데이빗 소로우, 베트남의 틱낫한 스님에 버금가는 한국의 거목 법정 스님이 계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법정스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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