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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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본 꺾을 타력없다

2006-03-03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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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


힘든 승리였다. 코리언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출전, 관심을 모았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개막전에서 한국이 대만에 2-0으로 승리, 본선 진출의 중요한 분수령을 넘어섰으나 타자들이 크게 부진, 일본과의 자존심 대결을 앞두고 적신호가 켜졌다. 표면상으로는 해외파 메이저리거 투수들이 대거 투입, 손쉽게 승리를 거둔 것 처럼 보이나 이날의 경기는 패했다해도 할말이 없을만큼 기대 이하의 경기내용을 보였다.
해외파 투수들도 결과 만큼 압도적이지 못했으며, 타력, 기동력, 주루 플레이 어느 것 하나 인상적이지 못했다. 특히 승엽-희섭 2인방은 한국의 타격을 이끌만한 어깨가 되지 못함을 증명해 보였으며, 선발 투수 서재응도 일본을 압도할 만큼 위력적인 구위를 보여주지 못했다.
서재응은 이날 3 2/3 이닝을 던지는 동안 대만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았으나 콘트롤 아티스트 답지 않게 초반부터 공이 계속 뜨며 매회 실점 위기를 맞았다. 메이저리그 타선이었다면 4점은 내줬을 만한 피칭이었다. 김병현- 구대성- 박찬호를 이어지는 계투작전은 선동렬 투수 코치의 ‘필승전략’에 따른 작전이었지만 선동열의 강수가 아니었다면 완봉은 커녕 충분히 뒤집어 질 수 있는 한판이었다.

김병현은 1 2/3이닝을 던지며 구대성과 교체, 감독의 기대에 부응할 만한 투구수를 채우지 못했고, 마무리를 맡은 박찬호 역시 9회에 위기를 맞으며 말끔한 마무리를 보여주지 못했다.
대만은 이날 한국의 해외파 투수를 공략하기에 상대적으로 약했지만 타력 측면에서는 해볼 만한 한판이었다. 한국은 고만고만한 대만 피칭을 상대로 전혀 배팅이 나가지 못했다. 최희섭이 첫 등판, 2루타를 날린 것 외에는 ‘희섭-승엽’ 2인방이 큰 인상을 심어주는 데 실패했고, 클인업 트리오의 4번 김동주마저 6회 부상으로 실려나가는 바람에 설상가상으로 타격에 손실까지 입게됐다. 한국은 이날 1, 2회 연속 되는 득점찬스를 무산시킨 것이 고전의 원인이 됐다. 무리한 강공, 미숙한 주루 플레이로 한국은 기동력 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한국은 3일 약체 중국을 꺾고, 일본이 대만을 물어주면 본선진출이 확정된다. 그러나 마지막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할 일본과의 자존심 대결에서 화끈한 승리쇼를 보여주기는 다소 힘들 것 같다. 특히 투구가 제한돼 서재응, 박찬호등 해외파들의 출전여부가 불투명, 대 일본전은 아무래도 예선전 일본 우승의 들러리가 될 전망이다. 투수력이 일본 타격을 4점 미만으로 묶는 다해도 4점을 극복할 타력이 없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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