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목회자 사모 신앙수필/ 외로우니까 사람입니다

2006-03-03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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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숙사모(낙원장로교회)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50을 눈앞에 둔 이 나이에도 울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별일이 아닌데도 그것 때문에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절망감이 들고, 남에겐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 못 들게 하고. 성취하고 싶은 것들이 내 맘대로 되지 않아 부끄러움에 숨고 싶을 때
조금은 계면쩍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며 조용히 거울 앞에 설 때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나 자신에 대한 연민 때문에 곧잘 눈물을 흘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은 성숙해졌나 봅니다. 나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 때문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다른 사람의 실패와 시련에 무릎 꿇고 뜨거운 눈물의 기도를 드리게 됩
니다. 슬픈 자들과 더불어 함께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자들과 더불어 즐거워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누구나 성공과 건강한 가정, 행복한 삶을 꿈꿉니다. 하지만 삶, 그랬습니다. 그것은 언제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준 적 별로 없고, 내가 가고픈 길로 가고 싶다 이야기할 때도 가만히 있어 준 적 별로 없었습니다. 우리는 아무도 걸어 간 적이 없는 길을 홀로 가는 것처럼 외롭고 쓸쓸
해합니다. 그 길에서 내가 당하는 작은 아픔이 제일 아프고 내가 가는 길이 제일 고달프고 힘들게 느낍니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이 우리를 병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은 위로 받고 싶어서, 사랑 받고 싶어서 가슴 아픈 소리를 냅니다.
살면서 우리는 천국도 마음에서, 지옥도 마음에서 경험합니다. 마음은 정원과 같아서 조급해 하거나 잠시 한눈을 팔면 잡초들이 우후죽순처럼 자라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을 돌보고 가꾸어야 합니다. 사랑으로 씨앗을 뿌리고 사랑으로 참고 인내해야 합니다. 마음이 너무 차면 냉정
해지고, 너무 뜨거우면 분별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적당한 마음의 온도가 필요합니다. 마음의 온도를 조절하려면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먹어야 합니다. 묵상해야 합니다.


보통 거북이의 체중은 12-18kg밖에 안되지만 몸무게가 70-90kg 나가는 사람도 목을 움츠린 거북이의 목을 뺄 수 없다고 합니다. 거북이는 참 약해 보이고 온순해 보이지만 무서운 힘을 갖고 있지요. 그런데 거북이의 목을 빼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거북이를 따뜻한 화롯불 가까
이 두면 신기하게도 거북이는 목을 자연스럽게 내민답니다. 사람의 마음을 열수 있는 비결은, 서로 신뢰하고 따뜻한 정을 나누는 비결은 ‘내 방식대로 하라’는 강압적인 태도가 아닙니다.
온유와 이해, 그리고 배려하고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입니다. 위로하고 격려하는 마음입니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때도 있습니다. 마음이 복잡해지고 감정을 격동시키는 일들이 생길 때, 익숙한 것들을 잠시 벗어나 마음을 비우기 위해 묵상을 합니다. 세상의 많은 말들과 소리들이 우리를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피곤하게 하는지 모릅니다. 그럴 때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려고 침묵합니다. 양심의 소리를 들으려고 영혼의 귀를 세웁니다. 내게 있어 침묵은 그 상황과 나 그리고 상대를 이해하려는 시간입니다. 이해와 용서를 통해 다시 사랑하는 시간이고 다시 바라보는 희망의 시간입니다. 그 침묵을 통해 길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치유받기도 합니다.
당신의 따뜻한 눈길로 움츠린 어깨를 펴게 해 주세요. 당신의 따뜻한 손으로 망설이며 내민 손을 잡아 주세요. 당신의 따뜻한 말 한마디로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워 주세요. 당신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람입니다. 공연히 오지도 않을 전화를 기다리던 사람처럼 외로워서 가슴으로
울어 본적이 있으세요...외로우니까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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