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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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선물

2006-02-1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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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데이가 며칠 남지 않았다. 이 날을 앞두고 사람들은 벌써부터 궁리가 많은 듯하다. 발렌타인데이는 매년 2월14일로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다. 좋아하는 사람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도 함께 곁들여지고 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단순히 상업적인 퍼포먼스로 매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이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딸들이 하는 것을 보고 “나도 가까운 사람들에게 조그만 선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하는 한인들을 적지 않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 마음을 표현하지 않거나 잘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오랫동안 몸에 배어온 유교적인 관념에서 자기감정을 표현 못하는 그런 생활을 해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이는 개선돼야 할 점이라고 본다. 미국인들은 마음의 감정을 특별히 카드 한 장이나 작은 선물을 주면서 확실하게 표현한다. 선물은 크고 비싼 것이라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 적절한 때에 적당한 장소에서 주는 조그만 선물이라도 마음이 담겨 있으면 가치가 있다고 본다.
물론 선물은 한국에서처럼 안주고 안 받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미국의 문화는 다르기 때문에 자녀들의 교육차원에서도 이들의 관행을 배워나가는 습관이 필요하다. 한인들의 경우 마음의 표현으로 가장 좋은 것은 선물이다. 뇌물성만 아니면 조그만 것이라도 마음이 담긴 것이 진정으로 값어치 있는 선물이 될 것이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마음을 표현하려고 할 때 한인들은 말하고자 하는 속내를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알맹이는 뒤로 두고 공연히 필요 없는 말만 꺼내 변죽만 울리다 오히려 다툼으로 번져버리는 경우가 있다. 마음은 그게 아닌데... 그런 경우 ‘내가 당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마음을 조그만 선물에 담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마음이나 사랑은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상대방이 알 수 있다. 이 때 가장 적은 사랑의 표현은 마음이 담긴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다. 조그만 꽃 한 송이나 자그마한 액세서리, 아니면 초컬릿 하나라도 마음을 담아 상대에게 건네준다면 그것을 받는 사람이 얼마나 흐뭇해 하겠는가. 하다못해 어머니 생일에도 돈으로 얼마 드릴께 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머니가 진정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닐 것이다. 잊지 않고 있다는 마음의 표현으로 정확한 시간에 작든, 크든 조그만 선물을 한다면 그 보다 더 좋은 마음의 표현이 없을 것이다.
미국인들은 매일 보는 가족이지만 작은 것이라도 해야 될 때에는 정확하게 마음을 표시한다. 이런 점은 우리 한인들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스테이셔너리 코너에 가보면 수 십 종의 카드가 놓여 있다. 그것이 곧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별별 종류의 카드가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고 장사가 되는 것은 조그만 카드 한 장이나 선물 하나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생활이 미국인들에게 습관화 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발렌타인데이에는 우리도 아무리 생업이 바쁘더라도 가까운 가족에게 마음을 전하는 여유를 좀 가졌으면 좋겠다. 한인들에게 “왜 사느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가족을 위해 산다고들 말한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번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올 발렌타인데이에는 항상 가까이 있으면서도 소홀하기 쉬운 가족들에게 우선 마음을 표현하자. 남편은 아내의 손에 초컬릿 하나나 꽃 한 송이를, 아내는 남편에게 넥타이 하나라도 건네 보라. 얼마나 행복해 하겠는가. 또 자녀의 책가방에 ‘너를 사랑한다’하는 글귀가 든 예쁜 카드를 한번 넣어보라. 얼마나 기뻐하겠는가. 평소 안하던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여주영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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