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스캐롤라이나의 동쪽지역에 위치한 아주 작은 마을인 해브락이란 시골에 살고 있는 한인 1.5세이다.
이 지역에는 작년 여름부터 와서 살기 시작했다. 나의 직업은 미 해군 군의관으로 더 자세히 말하자면, 해군 군인들을 치료해주는 치과의사이다.
이전에는 LA에서 문화(?) 적인 생활을 즐기다가 인구가 고작 2만 명이 조금 넘는 이 시골 마을에 정착해서 살려니, 우선 무지하게 갑갑하고 심심했다.
LA에 살 때는 그래도 잘 나가던 시절이 있어서 주말마다, 저녁마다, 나를 불러주는 친구들과 ‘하하호호’ 거리며 얘기꽃을 피우고, 특별히 살것이 없어도 그냥 이 가게 저 가게를 돌아다니는 쇼핑은 즐기고, 영화도 개봉일에 맞추어 꼬박꼬박 챙겨보고, 물(?) 좋은 카페가 생기면 얼른 달려가 수질(?)을 한번 체크해주고, 내친김에 나이트클럽에 가서 신나게 흔들어 대면서 내가 아직도 건재함(!)을 실감하곤 했다.
또 맛있는 음식점들을 찾아다니며 먹거리도 먹으러 다니는 등 정말로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온 LA를 뒤지고 다니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LA 특유의 코리안 아메리칸 생활을 즐겼었다.
이랬던 내가… 지금은 미 대륙 최 동쪽에 위치한, 어떤 지도책에는 아예 나오지도 않는 무지하게 작은 시골 마을에 미 해군 군의관으로 발령이 나 버린 것이다.
처음에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 본 이 마을은 그야말로 아무 것도 없이 녹색 푸르른 숲 뿐이었다. 무지하게 시골 스럽다는 것은 조금 느껴졌지만, 막상 내리고 보니, 정말로 앞이 막막 했다.
2개 레인이 있는 하이웨이 옆으로 집들이 듬성듬성 있고, 2층 이상의 건물은 하나도 없고, 샤핑할 수 있는 백화점 같은 건물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좋아하는 맥도널드 햄버거 집이 2개 보여서 안도의 숨을 쉬 었다.
차를 운전을 할 때는 사람을 조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숲 속(여기 숲은 국립공원이라 야생동물이 많이 살고 있음)에 사는 동물들을 조심해야하는 이 곳이, 도시에만 살았던 내게는 심심하다 못해 거의 고문 수준에 가까웠다.
시간은 흘러 이제 이 아담한 마을에서 생활하는 게 익숙해져가고 있고, 차츰차츰 나도 이방인이 아닌, 이 마을 주민으로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언제까지 LA를 그리워하면서 향수에 젖어 있을 수는 없기에 나름대로의 시골생활에 적응 중이다.
그런데 오늘 집으로 차를 운전하며 오는 길에 사슴 5마리가 느닷없이 또 도로에 나타나 난 급브레이크를 걸었다. 놀란 가슴을 여미며 다시 운전대를 잡는 순간, 교통체증 걱정은 해도, 이런 야생동물 습격사건은 걱정 안 해도 되는 내 사랑, LA가 왈칵 또 그리워졌다.
박소현
해군 군의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