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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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의 운전 면허증

2006-02-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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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키우면서 늘 새로운 일들을 이 겪게 되지만 특히 첫 아이 때는 기대치가 높아서인지 기쁨도 걱정도 둘째 아이에 비해 두 배가 되는 것 같다. 얼마 전 큰아이가 6개월간의 기다림 끝에 처음으로 운전면허 실기시험을 보았던 때가 생각이 난다.
지금은 마음대로 자동차 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지만 아직도 귀가시간이 늦어지기라도 하면 조바심이 난다. 전화라도 걸어서 확인하고 싶다가도 운전 중에 받게 될까봐 삼가면서 아이를 기다리곤 한다.
그러다 막상 아이가 들어오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한 척도 해보지만 속으로 안도의 숨을 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마도 고등학생 운전자를 둔 부모의 심정은 모두 비슷할 것이다.
시험관을 옆에 태우고 DMV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차의 뒷 꽁무니를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대견함보다는 안쓰러움이 앞서 왔다. 꼭 10년 전, 처음으로 아이를 학교에 보냈었던 그 기분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인해 붐비는 DMV 안의 공기가 탁한 것 같아 밖으로 나왔더니 나와 같은 입장의 엄마가 또 있었다. 이번이 세 번째라 꼭 붙었으면 좋겠다는 소리를 듣고, 얼굴도 모르는 학생을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였다. 나 또한 우여곡절 끝에 세 번만에 시험을 통과했던 사람이었기에 남의 얘기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대화를 시작하였지만 곧 짧은 영어실력이 바닥나기 시작할 즈음, 주차장 입구에서 큰애가 탄 하얀 미니 밴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아이를 보니 일단은 안심이 되었다. 어쨌거나 잘 끝냈으니 말이다. 나는 숨을 깊이 들여 마셨다. 아이는 지나가는 사람들로 인해 선지 한참만에 차를 주차시켰다.
어쩌면 잘 안 됐을 수도 있는 아이를 위해 위로의 말도 생각해 보며 시험관과 얘기를 끝내고 내게 올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무척이나 기뻐하며 내게 달려오는 아이를 통해 합격된 것을 짐작했고 나 또한 아이에게로 뛰어갔다. 큰애는 너무나 떨려서 서 있지도 못하겠다며 나를 안았다.
갑자기 더 커버린 듯한 아이에게 이것저것들을 물어보는 내 목소리도 많이 떨려 있었다. 기쁨도 잠깐, 이제 도로라는 사회를 향해 차를 몰아야 하는 아이 생각을 하니 기쁨 속에서도 여러 가지 걱정이 밀려들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순간만은 엄마의 입장에서 벗어나 온전한 기쁨만을 나누고 싶었던 하루였다.


서화선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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