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의 무기를 감춘팀은 스틸러즈였다
2006-02-06 (월) 12:00:00
이변은 없었다. 피츠버그야 말로 ‘선택된’ 팀이었다. ‘B 마이너스‘ 경기를 펼치고도 여유있게 시혹스를 21-10으로 물리치고 40회 롬바르디 트로피를 차지했으니 말이다. 반면 시혹스는 경기내용에선 앞서고도 승부에선 졌다. 총 전진 야드에서 396-339로 앞서고도 결정적인 순간에 피츠버그의 ‘빅 플레이’ 몇개에 녹았다.
‘시혹스의 ‘차(알렉산더) 공격’이냐, 피츠버그의 ‘팀웍’이냐’로 관심을 모았던 이번 수퍼보울은 피츠버그의 ‘팀웍’ 승리로 끝났다. 전투에선 시혹스가 앞선 경기였다. 션 알렉산터, 맷 허슬벡 콤비를 앞세운 시혹스는 초반부터 공략작전에 나서 필드골로 앞서가며 기세를 올렸다. 쿼터백 맷 허슬벡을 이날 273야드를 던지며 123야드에 그친 벤 로스리스버그를 압도했다. 스타 런닝백 션 알렉산더 또한 95야드를 전진, 캐리당 평균 5.1야드를 기록하며 ‘핵심 탱크’로서의 제 몫을 해냈다. 그러나 승부는 피츠버그의 조직력, 결정력에서 판가름났다.
시혹스는 초반에 잡은 득점 찬스를 놓친 것이 패인으로 이어졌다. 허겁지겁 공격하느라 땅따먹기에만 앞섰지 정작 요긴한 순간에선 인터셉션과 반칙으로 ‘찬스’를 낭비한 것이 패인으로 이어졌다. 특히 3쿼터 초반에 기록한 인터셉션과 피츠버그 진영 2야드에서 반칙 선언으로 물러난것은 이날 승부의 분수령이 됐다.
피츠버그는 ‘빌 카워’감독이 지나치게 ‘필승’을 의식, 먹히지지도 않은 ‘지상공격’을 고수한 것이 자칫 일을 그르칠뻔했다. 지상공격이 먹혀들어가지 않자 쿼터백(로스리스버그) 마저 리듬을 상실, 그답지 않게 2개의 인터셉션을 던지며 자멸할 뻔했다. 피츠버그를 구한 것은 하인즈 워드와 런닝백 파커였다. 파커는 3쿼터에 들어서자 마자 수퍼보울 신기록 75야드 런 타치다운을 터트려 팀에 14-3 리드를 안겼으며, 하인즈 워드는 4쿼터에 승부에 쐐기를 박는 TD 리셉션 포함, 123야드를 잡아내며 MVP에 선정됐다. 하인즈 워드는 이날 초반 결정적인 TD 패스를 놓치는 등 긴장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날 승부의 변수된 2차례의 결정적인 리셉션으로 팀 주장으로서의 제몫을 해냈다.
이날 승부의 분수령은 3쿼터 후반 피츠버그 진영 2야드에서 반칙판정으로 시혹스가 전진 야드를 되물린 순간이었다. 리 플레이 결과 반칙 선언은 석연치 않은 것으로 판정되었고 17-14로 뒤집을 찬스를 놓친 시혹스는 더 이상 공격 리듬을 찾지 못했다.
시혹스는 전반적인 공세에서는 우세했으나 심판 판정마저 피츠버그 쪽으로 흐르는 바람에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 졌다. 런 디펜스에서는 파커를 놓친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고, 세컨더리마저 하인즈 워즈에 초토화, 수비력에서도 강인한 맛을 보여주지 못했다. 경기흐름은 다소 시애틀쪽으로 흘렀으나 판세를 뒤엎을 만한 무기는 피츠버그가 많았다. 특히 승부에 쐐기를 박은 ‘랜달 to 하인즈’ 속임수 TD 플레이는 이날의 경기내용을 말해주는, 하일라이트였다. 진정으로 비장의 무기를 갖춘팀은 스틸러즈였다.
<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