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얼마나 성장해야 철이들까

2006-01-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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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얼마나 성장해야 철이 들까. 아마도 죽을 때까지 철이 들지 못하고 가는 수도 있을 게다. 철이란 무엇인가. 무언가, 깨달음을 통한 삶속의 좋은 행함이라 할 수 있을 런지.
동물 중에 사람만큼 느리게 성장하는 것도 없다고 한다. 한 사람의 독립하는 연령은 보통 18세에서 20세 사이일 것이다. 송아지나 망아지 같으면 태어나자마자 걷고 1년만 지나면 무척 커버리는데 사람은 그렇지가 못하다. 이래서 철이 늦게 드는 걸까.
투표권이 주어지는 등 성년이 되어 술이나 담배를 법적으로 살 수 있는 연령을 18세에서 20세사이라 치자. 20세가 되었다고 “나는 부모로부터 독립된 사람이다”며 부모의 그늘을 떠나 세상을 살아갈 청년들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이렇게 보면 한 사람의 독립 연령은 법적 연령에 관계없이 대학을 졸업할 무렵의 나이와 상관있다고 하겠다. 대학을 졸업하는 연령은 보통 22세에서 25세다. 물론 고등학교를 나와 바로 독립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 사람이 부모로부터 확실히 벗어나 독립하려면 22년에서 25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함을 말한다.
이렇듯 긴 세월 동안 부모가 교육시키고 직장을 갖게 하여 독립된 사회인으로 성장시켰다고 그 자식들이 진정한 독립인이라 할 수 있을까. 아니다. 결혼이 남았다. 싱글로도 잘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혼을 통하여 가정을 이루고 살 때 그들을 진정 독립된 사람들로 볼 수 있을 게다.
이토록 사람은 독립인으로서 살아가게 될 때까지 많은 시간과 세월을 필요로 한다. 이렇게 계산하는 것조차도 정상적으로 태어나 정상적인 가정에서 교육받고 직업을 갖고 좋은 만남을 통해 가정을 이루었을 때 되어진다는 말이지 다 그렇지만도 않다.
미국에서의 은퇴 연령은 65~66세로 본다. 나라가 거둔 사회보장세금이 다시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개인에게 환원되는 나이가 65세에서 66세니 그렇게 볼 수 있다.
환원되는 사회보장혜택기금은 66세부터는 100% 나오지만 65세 이하로 조기 은퇴할 경우엔 60%내지 70%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25년정도 성장하여 겨우 독립된 한 사람으로 한 가정을 이루어 살게 된 사람들은 30년에서 약 40년간 계속되는 삶의 투쟁속에서 먹고살기에 바빠 이렇다 할 여유를 갖지 못한다.
철이 든다는 말은 모든 것을 관용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마음이 되는 상황이 아닐까. 세상을 살다보면 작은 일도 있고 큰일도 있는데 작은 일 가지고 서로 마음 아프게 싸우지 말고 넘어갈 수 있는 아량을 가질 때 철이 들었다고 할 수 있을 게다. 철이 들었다는 말은 모든 것을 실수하지 않고 유연하게 잘 처리해 나갈 때도 사용할 수 있겠다.
이 세상을 떠나야 할 준비를 사심없이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질 때도 철이 들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말을 바꾸면 욕심을 버리는 삶 쪽으로 가는 것이 철들어가는 증거일 게다. 상대방편에서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 피스 메이커가 되려고 하는 사람. 조용히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옳고 그름을 알고 바른 길로 가려고 하는 사람. 한 푼이라도 저축하여 가족과 이웃을 위해 쓰려고 하는 사람 등등.
물질엔 여유 없더라도 마음에 여유를 가지며 하늘을 바라보며 살려하는 사람들이 철 들은 사람들이 아닐는지. 20여 년이 되어야 한 사람으로 바로 설 수 있는 인간. 이것도 경제적인 것에 국한될 수 있다. 어쩌면 죽을 때가 되어도 철이 못 드는 인간들. 욕심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일 게다.


김명욱 목회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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