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목회자사모 신앙수필/ 위대한 사랑은 고통 속에서 피어난다

2006-01-20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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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숙사모(낙원장로교회)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 때 나는 그 사람에게 하늘 냄새를 맡는다.” 박희준의 시 ‘하늘냄새’가 생각나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는 향기가 있었습니다. 시한부 삶을 살면서 많은 고통과 아픔이 있었음에도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여 하늘처럼 맑아 보였던 분, 소망 가운데 웃음을 잃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 할 줄 알던 영혼이 아름다운 한 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분을 생각하면, 어느새 따뜻한 봄 냄새가 납니다. 하늘 냄새가 납니다. 어쩌다 저녁노을을 바라보면 서산에 넘어가는 붉은 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울컥 치솟을 때가 있습니다. 그 아슬아슬하게 사그라져 가는 주홍빛 노을을 닮았던 사람. 그 분에게서 사람 냄새를 맡았습니다. 우린 그 분 인생의 마지막 길목에서 만나 20개월 동안 함께 기도하고 동행하면서 많은 은혜와 감동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시기 일주일 전쯤 흰 옷을 입은 천사가 병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며 미소를 지으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만약에 자기에게 덤으로 삶의 시간을 연장해 주신다면 제일 먼저 하나님의 일을 하고 싶다던 분. 이미 호스피스에 들어가서 몸의 거동조차 불편함에도 자신보다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생각하고 배려하던 넉넉함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 아니었을까요.

우리가 살면서 “저건 어쩔 수 없는 벽이야. 우리가 과연 넘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때, 묵묵히 그 벽과 담을 넘어서는 것이 있습니다. 담쟁이는 벽과 담 바로 밑에서부터 자신들의 꿈을 위해 한발 두발 뻗어갑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어떤 벽과 담을 ‘허무는 작업’이기보다
는 담쟁이처럼 그저 그 사람의 마음을 타고 한발 두발 오르는 것입니다. 온몸으로 껴안으면서 타고 오르는 것입니다. 남편을 향한 그녀의 모습이 그랬습니다. 때로는 그 사람의 벽과 담에 막혀 앞이 캄캄해질 때에도 거기서부터 다시 그 사람을 바라볼 줄 아는 아름다운 부부였습니다. 그런 두 분의 모습을 보며 부부의 아름다운 믿음과 사랑을 글로 써서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우리는 때때로 하나님이 하시는 일들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감히 전능하신 하나님이 섭리하시는 일을 작은 마음으로 헤아려 불평하지 않겠습니다. 가시는 분이나 남은 분들에게 서로를 위하여 가장 좋은 시간에 하나님은 그를 불러 가셨다는 것입니다. 사랑의 끈으로 이어지는 인연이 제일로 질기고 아프다 하더니 부부의 사랑이 그러나 봅니다. “언제나 나를 위해 먼저 배려해 주었던 당신 고맙습니다. 행여 자존심 다칠까 염려하던 당신 그 마음 감사합니다. 투정하는, 떼쓰는, 땡깡부리는, 당신 앞에서만 용감한 나였지만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그녀의 고백을 들으며 부부의 의미를 다신 한번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많은 세월이 흘러가고 없어도 당신에게 영원히 기억될 사람이지만, 그 분은 눈물 흘리며 슬픔 속에서 당신이 사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바쁘게 달려온 당신의 인생 여정에서 너그럽고 다정한 사람을 만났던 것은 행운입니다. 사는 동안 욕심 없이 메이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도 은혜입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남편의 병을 통해 예수님을 만난 것은 당신에게 엄청난 축복입니다. 아직 당신에게 생명이 있는 것은 아직 살아야 할 이유가 있고 사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에게는 당신만의 인생의 몫이 있습니다. 당신의 위치, 책임 그리고 주어진 몫. 그런 것들을 하나 둘 배우며 한 걸음씩, 조금씩 마음속으로 받아 드려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지만 홀로서는 아름다움도 있습니다. 이제 세상을 향하여 용감하게 혼자서 첫발을 내밀어 보세요. 손을 내밀어 보세요. 하나님이 함께라면 갈 길이 아무리 멀어도 갈 수 있습니다. 눈이 오고 바람 불고 날이 어두워도 갈 수 있습니다. 바람 부는 들판도 지날 수 있고 위험한 강도 건널 수 있으며 높은 산도 넘을 수 있습니다. 위대한 사랑은 고통 속에서 피어난 사랑입니다. 당신이 바로 그 사랑의 주인공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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