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언 메이저리거들 결산 (2)
2005-12-29 (목) 12:00:00
최희섭- 또 실패한 한해, 다저스 미련 버리고 새팀 찾아야
서재응- 후반 눈부신 활약, 방어율 2.59로 도약의 전기 마련
내년시즌 가장 불안한 한 해를 보내게 될 코리언 메이저리거중의 한 명이 최희섭이다. 최희섭은 지난 주 다저스와 연봉 72만5천불에 재계약, 일단 다저스에 잔류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빌 뮬러를 비롯 노마 갈시아파라등 쟁쟁한 내야수들을 영입하는 데 성공한 다저스에서 최희섭의 입지는 좁아졌다. 다저스가 최희섭을 1루수로 기용하기 위해 계약했다고 보긴 힘들고 후보내지 트레이드 미끼로 사용될 가능성이 십중팔구다.
최희섭의 앞길은 내년이 더욱 첩첩산중이다.
최희섭은 지난해 홈런 15방에 타율 2할5푼3리를 기록했다. 시즌 초 3연속게임에서 홈런을 치며 주가를 높였던 위상에 비해서는 결과가 초라하기 그지없다. 왜 최희섭은 가공할 파워를 갖추고도 여전히 제자리 걸음일까? 김병현이 보스턴을 만나 스타일을 구겼드시 팀을 잘못 만났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보스턴이 김병현을 참아내지 못했듯 미완의 대기 최희섭을 기다리지 못하고 있다. 희섭을 무시해왔던 트레이시 감독이 사라졌다고 해도 상황은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내야가 튼튼히 보강된 다저스에서 희섭이 설 땅을 잃어 가고 있다.
최희섭이 운동하기에는 사실 플로리다가 가장 안성맞춤이었다. 귀찮게 굴 교포들도 많지 않았고 팀 분위기도 최상이었다. 희섭은 2004년 시즌 플로리다에서 95게임만에 홈런 15개, 타율 2할7푼을 기록하며 거포로서 대성 가능성을 높인 바 있다. 감독의 신임도 좋았고 출장기회도 많았다. 희섭이 만약 플로리다에 계속 머물렀더라면 홈런 20방, 2할7푼은 거뜬히 처내는 타자로 성장했을 것이다. 연봉 3백만불은 물론 원하는 팀에서 배짱을 튕기며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희섭이 플로리다라고 하는 천혜의 요람에서 다저스로 옮겨간 뒤 상황은 달라졌다. 물론 최희섭은 다저스에서도 올 시즌 초 과거 플로리다 시절을 연상시킬만큼 가공할 홈런 파워를 과시하며 한국의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러나 다저스는 최희섭을 슬럼프에서 지켜주지 못했다.
최희섭은 이미 물건너간 다저스의 주전 자리을 연연하는 것보다는 자신을 필요로하는 타구단으로 팔겨가는 것이 장래를 위해 백배 도움이다. 내년시즌 다저스에서 대타로 기용되며 파트타임 선수로 전락하게 되면, 주전의 꿈은 당분간 요원해진다. 애초에 마음 고생을 하더라도 팀을 옮기는 것이 그나마 내년시즌을 도약을 발판으로 삼을 최선의 선택이다.
뉴욕 멧츠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가고 있는 서재응 지난해 8승2패, 방어율 2.59를 기록하며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물론 초반에 마이너리그로 전락, 마음고생이 심했던 한 해 였지만 후반기에 눈부신 피칭으로 보상받았다. 서재응은 지난시즌 14경기에 출장, 90이닝을 소화했다. 이 가운데 볼넷은 16개밖에 허용하지 않았으며 삼진은 59개를 잡아냈다. 기록이 보여주듯 서재응의 장점은 제구력이다. 맞춰 잡을지언정 어지간해서는 걸려보내지 않는 것이 방어율과 승률을 높인 원인이었다. 볼넷 80개를 허용하며 자멸한 박찬호와는 대조적이다. 서재응은 내년시즌 코리언 투수들 중에서 가장 전망이 좋다. 한물간 페드로와 톰 글래빈이 버티고 있는 멧츠 로테이션에서 잘하면 에이스로 주목 받으며 몸값을 높일 수도 있다.
물론 서재응은 삼진 59개가 말해 주듯 압도적인 구질의 투수는 아니다. 약간의 난조로도 난타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하다. 기록밖에 실력을 입증해 보일 방법이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어율 3점대(초반)를 지키고, 15승 이상은 건져야 구단의 신뢰와 리그의 주목을 얻어낼 수 있다. 부상만 비켜가면 15승은 난공불락의 고지가 아니다. 내년 시즌은 아무래도 서재응으로서는 도약이냐 정체냐를 가름하는 분계점의 한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