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하원 상정 이민법 HR4437
현재 연방 하원에서 추진중인 반이민법안 HR 4437은 지금까지 존재했던 어떤 반이민법안보다 강경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 예를 들어보면 ▲단순한 체류신분 위반도 형사처벌 대상으로 바뀌고 ▲세번째 음주운전 전과자는 무조건 추방되며 ▲서류 미비자임을 알면서도 체류하는데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도 형사 처벌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여러 가지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HR 4437의 전반적인 내용은 ▲무조건 쫓아내자 ▲무조건 가두자 ▲아예 미국 땅에 발도 못 붙이게 하자는 의도가 가득 담겨 있다. 그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단순 체류신분 위반한 사람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아 ‘우려’
첫째, HR 4437법안은 단순 체류신분 위반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바꾸고자 한다. 현행법은 단순 체류신분 위반은 민사 처벌의 대상은 되도 형사법 위반은 아니다.
단순 체류신분 위반을 형사처벌 하는 것은 엄청 부당한 처사라고 볼 수 있다. 이민법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러게 누가 법을 어기래’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민법을 정말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면 체류신분 위반에 형사법을 적용하는 것이 얼마나 부당한 처사인가를 안다.
체류신분 위반은 본인이 뜻하지 않아도 이루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신분 연장신청이 이민국의 늑장으로 심사가 지연되기도 한다. 심사관의 재량권 남용으로 승인 받아야 할 신청서가 부당한 이유로 거부되기도 한다.
이렇듯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는데 체류신분이 만기된 사람에게까지 강도, 치한, 사기꾼인 것처럼 형사법 처벌을 하겠다는 것은 이민법의 속내용을 너무나도 모르는 무지한 연방 의원의 정치적 욕심이라고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HR 4437은 음주운전으로 세 번 전과를 받은 사람을 무조건 추방시키고자 한다. 이 조항도 언뜻 미국 국민 입장에서 들으면 충분히 동감할 수도 있다. ‘맞아, 그렇게 해야 해’라고 동조하는 한인 미국 시민권자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현재의 미국 추방법은 이렇게 하지 않아도 이미 가혹할 만큼 가혹하다.
음주운전은 당연히 형사 처벌 대상이고, 누구든지 음주운전으로 걸리면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되어 있다. 더구나 외국인이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치거나 무고한 생명을 해쳤을 때, 그를 추방한다고 반대할 미국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법안은 중범이 아니라 경범이라도 그 횟수가 세 번이면 무조건 추방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아무리 미국에 오래 살았어도, 아무리 직접적인 피해자가 없었어도, 이미 미국에 정착한 가족들을 다 놔두고 이 사람을 추방시키는 것이 과연 좋은 방법인가라고 생각해 볼 때, 이것 또한 지나친 반이민 감정이 밑바닥에 깔려 있는 느낌이다.
셋째, HR4437 법안은 밀입국 협조자들에 대한 법안의 해석을 지나치게 확대하려고 한다.
현행법은 밀입국 협조자들을 국경을 넘는데 도움을 주는 사람들 정도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법안은 미국에 있을 자격이 없는 사람인줄 알면서도 이들을 숨겨주거나, 이동해주거나, 보호해주는 사람들을 형사 처벌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말도 안되게 넓은 해석을 적용한다면, 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 각종 사회봉사 단체, 난민보호소, 교회, 이민법 변호사 등 아마 모두가 적발 대상이 될 것이다. 이 또한 지나친 반이민 정서가 뒷받침된 현실성 없는 법안이다.
물론 HR4437 법안 전체 모두가 말도 안 되는 법안은 아니다. 테러조직과 관련된 자들을 더욱 강경히 처벌한다는 조항, 갱조직 단원들에게 더욱 강경한 조항 등은 일반인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런 조항들을 앞세워 수많은 부당한 조항들이 한꺼번에 통과된다면 이민사회에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 것이다. 지금 상원에서 추진중인 이민개혁안에 완전히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서류 미비자들로 하여금 떳떳이 암흑의 그림자에서 나오게 하려는 노력이 무산되고, 또 다시 법망을 피하려고 겉도는 불안정한 생활이 악순환될 것으로 본다.
강 지 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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