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 언니! 조금만 기다려요. 몇 년 있으면 애니가 갑니다.
뉴욕 롱아일랜드에 거주하는 한인 소녀가 매서운 집념과 부단한 노력으로 프로 골퍼의 꿈을 키우며 매일 골프채를 휘두르고 있다.
베스페이지 골프장을 자주 찾는 골퍼들이라면 박보선(10, 미국명 애니, 마리아 레지나 가톨릭 스쿨 5학년)양의 모습을 한번쯤 봤을 것이다.학교수업을 마친 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베스페이지 골프장을 찾는 보선이는 해가 질 때까지 골프채를 손에서 놓지 않는 ‘연습벌레’다.어렸을 때부터 인형보다는 공을 갖고 놀기를 좋아했다는 보선이가 처음 골프를 접한 것은 6살
때였다. 귀엽게 생긴 하얀 골프공을 막대기 같은 도구로 맞힌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뒤 보선이의 골프 스윙을 보고 소질을 파악한 부모의 권유로 본격적인 수업에 돌입한 것이다.
그후 2년이 지난 오늘 보선이는 뉴욕시 인근 청소년들을 위해 열리는 메트 PGA주니어 대회는 물론, 어린이들을 위한 전국 투어인 플랜테이션 주니어 대회도 휩쓰는 엄청난 실력을 발휘하며 미 주니어 골프계에 떠오르는 샛별로 인정받기 시작했다.같은 또래 나이 부문에서는 더 이상 경쟁자가 없어 언니들이나 남자 학생들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보선이는 최근 베스페이지에서 열린 남자 어린이 대회에 출전, 2위를 차지했다.드라이버 비거리는 240야드 정도 되며 날카로운 아이언샷도 10살짜리 소녀가 쳤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다.그러나 보선이가 갖고 있는 골퍼로서의 가장 큰 장점은 묵묵한 인내심과 침착함이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이현수(베스페이지 골프장 제네럴 메니저) 티칭프로가 보선이를 제자로 받아들인 것도 성격 때문이다.길고 짧은 건 재봐야겠지만 일단 보선이는 골퍼가 갖고 있어야될 장점을 다 보유하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침착함과 뚝심,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장으로 향하는 인내와 끈기, 그리고 체력을 보고 제자로 키우리라 마음먹었습니다.가장 좋아하는 프로 골퍼로는 그레이스 박과 세르지오 가르시아이다. 그레이스 언니가 좋은 이유는 옷을 잘 입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보선이가 앞으로 수년후 경쟁상대로 꼽고 있는 선수는 얼마전 프로로 전향한 미셀 위.수년 후 미셀 언니와 LPGA 챔피언십 대회의 마지막 라운드에서 열띤 경쟁을 펼쳐보고 싶어요. 물론 제가 이기겠지만요.프로 운동 선수에게 없어서는 안될 경쟁심이 대단하지만 이웃을 사랑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이다.
몇 년전 황영조 선수가 직접 참가한 가운데 뉴욕에서 열린 거북이 마라톤 대회에서 일어난 에피소드이다. 당시 골인 지점에서 보선이를 기다리던 엄마는 보선이가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자 걱정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저 멀리서 자기보다 더 어린 아이들을 격려하며 그들과 함께 달려오는 보선이의 모습이 보였다.
힘들어하면서 달려오는 동생들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었어요.
운동선수답게 고기를 제일 좋아한다. 혼자서 갈비 3인분은 거뜬히 먹는단다.언니(보라, 보경) 두 명 모두가 미스 코리아 뉴욕 선발대회에 출전한 바 있는 재원들이지만 집안에서는 막내 보선이가 ‘왕’이다.훗날 LPGA를 휩쓰는 ‘뉴욕 출신의 골프 여제 애니 박’을 기대해본다.아빠 박병관씨와 엄마 박영희씨의 사랑스러운 3녀 중 막내다. <정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