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집을 짓고 싶어요.”
한규희(10, 미국명 알렉스)는 어릴 때부터 셈이 빨랐다. 또래 친구들이 쉽게 풀지 못하는 문제도 척척 풀고, 레고를 조립하는 것도 남달랐다.
규희는 건축설계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하지만 엉뚱하다.
“소방서에서 출동할 때 사용하는 기둥 있잖아요. 2층 집에서 1층으로 구멍을 뚫어서 기둥을 타고 내려올 수 있도록 할 거에요.”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기 취미를 그대로 집에 적용한다.
“눈이 오면 지붕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올 수 있도록 하고 수영장은 선룸(sun room)처럼 만들어 개폐식으로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게 할거에요.”
규희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최고다. 사교성이 좋아 누구하고도 금방 어울릴 뿐아니라 놀이를 할 때마다 새롭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내놓기 때문이다.건설업에 종사하는 아버지를 어릴 때부터 따라다니면서 일찍부터 건축의 묘미에 빠져들었다.시키지도 않았는데 아버지 일을 도와주기도하고, 웬만한 일들은 어른 못지않게 척척 해낼 정도로 재주가 좋다.
건축설계사가 되고 싶었던 것은 몇 년전 맨하탄의 빌딩 숲을 보고 나서다. 또 아버지를 따라 설계사 사무실에 갔다가 그곳에서 설계 도면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 반했고 이후 규희는 건축 설계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일단 집부터 시작해서 나중에는 커다란 궁전 스타일의 주택까지 그려보고 싶어요.”그는 네모 반듯한 현대식 집보다는 굴곡이 있고 벽돌로 외관을 만든 전통적인 스타일을 좋아한다. 옛날 그리스의 건축가들은 직선의 일관성(기하학적 정확성)에서 벗어나 감각적인 미를 추구했다. 신전의 기둥을 반듯하게 그리기 보다는 약간의 곡선을 추가함으로써 생동감있는 건축물을 만들었다고 한다. 사람의 둥근 눈에는 정확한 직선이 오히려 휘어보이기 때문이다.규희가 지켜보고, 그리고 싶은 집이 그런 식이다. 설명을 하기 보다는 어린이의 직관에 따라 주택을 만들고 있다. 남들이 보는 곧게 뻗은 집보다는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가지 느낌을 줄 수 있는 그런 집을 그리고 싶다는 뜻이다.
물론 내부는 이와 다르다. 친구들과 놀 수 있는 플레이룸(play room)을 꾸미는데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버튼만 누르면 놀이기구가 나오는 장치도 만들고 싶고, 게임기 보관소, 비상 탈출구-왜 필요한 지 모르겠지만-도 은밀하게 숨길 계획이다. 현재 뉴저지주 클로스터의 테나킬 M.S. 5학년에 다니고 있는 규희는 얼마전부터 미술 과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건축설계사가 되려면 그림에 대한 감각도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규희는 머지않아 이런 말을 할 것이다. “내가 주택을 설계하면 아버지가 멋있게 짓고, 재미있을 것 같아요.”
<김주찬 기자> jckim@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