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년 뉴욕거쳐 첫 운항... 99년 직항시대 열려
1995년 7월26일 덜레스 국제공항에 태극 마크 선명한 대한항공 여객기가 미끄러지듯 착륙했다. 이날 메릴랜드의 앤드류 공군기지에도 또 한 대의 대한항공 기가 사뿐히 내렸다.
대한민국 국적기가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첫 취항 당일 2대나 워싱턴 상공에 나타난 것은 마침 김영삼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때문이었다.
당시 취항기는 KE 023편. 주 3회(수, 금, 일요일) 뉴욕을 거쳐 워싱턴과 김포를 오갔다. 총 비행시간은 16시간이나 걸렸다.
그래도 워싱턴에서 곧바로 국적기를 이용할 수 있게된 한인들은 마냥 기뻐했다. 그 전에 뉴욕을 오가던 프로펠러 소형 여객기를 이용하면서 애로사항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최고참 직원인 조앤 김 판매소장은 “여름철 성수기에는 고객들의 짐을 다 실을 수 없어 손님은 서울에 내렸는데 짐은 안 오는 해프닝도 많았다”고 회고한다. 그뿐만 아니었다. 겨울철에 눈이라도 오는 등 기상이 악화되면 아예 운항이 취소되는 등 불편함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대한항공의 취항은 ‘우리의 날개’가 서울과 워싱턴을 오간다는 의미 이상의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우선 모국 나들이의 불편함을 들어주면서 사람의 왕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오직 전화와 비행기로만 모국과의 소통이 가능하던 시절, 서울과 워싱턴의 심리적 거리감도 현저히 좁혀졌다. 또 한국과의 왕래가 잦다보니 한국문화와 문물이 직수입돼 워싱턴 한인사회의‘개화’를 촉진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을 것같다.
첫 취항 이후 지난 10년 동안 대한항공은 도약을 거듭했다. 99년 8월, 성수기동안 주 3회 직항편 운항이 시작됐다. 서울과 워싱턴을 논스톱으로 비행하는 시대가 처음 열린 것이다.
이어 2000년 5월에는 뉴욕 대신 보스턴을 경유하는 새로운 비행루트가 이용됐다.
2001년 2월1일은 또 새 역사를 썼다. 이때부터 워싱턴-서울간 직항시대가 공식화된 것이다.
2003년 여름 성수기 동안에는 주 7회 운항이란 기록도 세웠다.
그만큼 워싱턴을 오가는 한인들이 많아졌다는 반증이다.
95년 당시에는 총 1만4천890명이 한국을 오갔다. 다음해에는 4만1천여명, 2000년에는 8만7천여명이던 것이 2004년에는 12만2천여명으로 승객 수가 3배 가량 늘었다.
이는 대한항공의 발전이자 워싱턴 한인사회의 성장사(成長史)이기도 하다.
미 센서스에 따르면 90년대 중반 워싱턴 한인인구는 7만명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2000년에는 8만5천명으로 늘었다. 지금은 실제 인구가 13-15만명으로 추산된다.
그만큼 한인사회와 대한항공의 성장은 함수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한항공에서 예약등 고객 업무를 담당한 사무소가 워싱턴에 개설된 건 1974년 8월12일이었다. D.C. 17가에 문을 연 사무소 직원은 서울서 온 단 1명. 이어 16가, 15가를 거쳐 2002년에는 타이슨스 코너로 이전, 지금까지 이용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공항도 한인들에 친숙한 김포공항 시대가 막을 내리고 인천공항 시대가 열렸다.
현재 대한항공은 보잉 747기로 주 3회(화, 목, 토), 여름 성수기에는 주 5회 승객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앞으로는 가까운 시일내에 매일 정기 운항이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석 지점장은 “내년부터 주 5회를 실현하고 이른 시일내에 데일리 운항을 해낼 것”이라고 다짐한다.
새로운 10년을 맞는 대한항공의 각오는 고객 서비스 혁신에 모아져 있다. 새로운 기종을 도입하고 새 좌석을 마련하며 서비스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더 편리한 운항만이 10년동안 한결같이 대한항공을 아껴준 워싱턴 동포들에 보답하는 길이라는 게 그들의 마음이다.
====10주년 기념 만찬 열려
대한항공 워싱턴 취항 10주년을 기념하는 만찬이 26일 저녁 더블트리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모임에는 이종은 뉴욕지점장, 이종석 워싱턴 지점장, 조앤 김 판매소장등 대한항공 직원들과 여행사, 언론사, 대사관, 주재원, 한인회장등 각계 인사 100명이 참석했다.
이종석 워싱턴 지점장은 인사말을 통해 10년전 취항 준비차 한달간 파견근무했던 시절을 상기한 후 “동포사회가 2-3배 성장했듯 대한항공도 2-3배 컸다”면서 한인사회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종은 뉴욕지점장은 “조속히 매일 운항을 실시하고 신 기종과 서비스를 적용, 더 편리한 운항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영근 워싱턴한인연합회장은 축사에서 “10년 후 기념식때도 고객을 위한 기업으로 계속 성장해 있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WK-TV 신지혜 아나운서의 사회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대한항공 홍보 영상물 상영, 연혁 소개에 이어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한 항공권 추첨도 마련됐다.
<이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