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아버지를 생각하며
2005-05-26 (목) 12:00:00
백종민
생각컨데, 아버지는 그때 그 시절 그 시대에 살으셨던 많은 분들 중의 한 분이셨다. 일제치하 때에 국민들이 나라 없고 주권 없는 극치의 암울한 상황가운데 대가족의 장남으로 태어나서 성장하는 가운데에, 부친은 어느새 만주로 가셔서 연락도 없고, 모친과 여러 어린 동생들을 먹여 살려야했던 열악한 삶의 환경. 육이오 동란 때에 죽어 가는 가족의 생명을 걱정해야 했고, 남북분단의 기로에서 얼마나 힘든 심신의 고통을 겪었을진데, 그래도 일찍이 자신에 대한 정체가 분명하셨고 삶에 대한 철학이 뚜렷하셔서, 계속 이어진 미국에서의 척박한 이민자생활로 이어진 순탄하지만은 못한 기나긴 삶의 여정을 받아들이셔서, 꿋꿋이 계속 자기발전을 위하여 돌아가시는 날 까지 공부하시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 그리고 친구들과 화목하고 아름답고 저력 있게, 삶의 여정을 이끌어오셨다.
아버지의 이 그때 그 시절의 시대적 모습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 속에서라도 열정적이고 유머감각이 풍부하지만 반면에, 바른말을 꼭 해야하는, 또 은근하게 사랑을 전하는 낭만가 기질의 삶의 행동으로 표현되었으며 이러한 아버지를 보고자란 나는, 삶과 인간에 대한 모든 것을 무조건 긍정적으로 먼저 보는 습관이 들게 한 것 같다. 언젠가 하신 말씀이 마음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정치인은 아무나 못하는 것이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한 개인의 어느 진솔한 행동이 영웅됨이다. 그리고 이러한 각 개인의 행동이 모이면 이것이 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다’하신말씀…
아버지는 늘 사색하고, 때로는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노여워 하였지만, 마하드마 간디같은 조용한 박력의 평화주의자쪽이였으며, 제가 참을성이 모자라 혼자 쓸데없는 짓을 하며 심신을 스스로 괴롭히다가 답답해서 도움을 청할라치면, ‘잘해 봐. 네가 도와줄 수있을 때에 도와주어야 한다’라고만 하실뿐, 한 두마디 알쏭달쏭하지만 의미심장한 말씀만 하셨다. 이러한 아버지가 야속하기도 했지만, 아버지의 이러한 사랑은 제가 좀더 힘들은 결정을 사려깊고 뜻있게 처리할 때에 필요한 원동력이 되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제일처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책읽는 재미를 붙여주신 분이다. 아버지는 나름대로 화목화합, 단합 단결을 위하여 항상 노력하셨고, 어떠한 배경의 사람이라도 빼놓지 않고 그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고 받들기를 한결같이 하셨다.
또한,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으시어 몸소 실천함으로 가족은 물론 만나는 사람마다 몇마디 후에는 항상 학교를 가서 배워야 힘을 기른다라고 하시며 전공이나 취미에 관계되는 책을 사두셨다가 주시곤 하였다. 아버지는 특히, 나에게 적극적으로 동생가족들을 잊지말고 자주 만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충고하셨다. 그들이 나를 항상 여러모로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위 사람과 싸우지 말고 사랑으로 대하라고 항상 말씀하셨다. 이것도 말할나위없이 나의 주위 분들이 무슨 일을 할 때마다 항상 도와주시기 때문이다. 이제 그때 그 시절, 그 시대의 아버지는 나에게, 혹은 이 세상에 누군가에게 남아있는 아버지의 모습과 아버지의 자상한 목소리 그리고 아버지의 대쪽같은 뜻이 아버지의 사랑으로 남아, 후세대로 계속 내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