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적 유지키로 하고
미국시민권 포기 안한다?

그래 좋다. 한국국적을 유지하면서(국적이탈을 하지 않고) 세금도 내고 군대도 가고 한국국민된 도리를 다하겠다. 그런데 미국시민권은 포기하고 싶지 않다.
▶한국의 새 국적법과 관련해 이런 ‘역방향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소원은 성취될까. 불가능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성취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한국처럼 미국도 원칙적으로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은 채 다만 ‘어느정도 또는 사안사안에 따라’ 눈감아주고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해외국가(이 경우 한국)에서 군대에 복무하거나, 후보자로든 유권자로든 선거에 참여하거나, 그 나라에 충성선서를 하거나, 공무원이 되거나 하면 그가 아무리 나는 미국인이라고 선서를 해도 미국정부는 그를 당신은 해외국가 국민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으로 간주하고 시민권을 박탈한다. 평소에는 모르지만 ‘때’가 되면 발언에 걸맞은 행동 여부를 확실하게 따지는 것이다. 특히 해외국가 군대복무는 그런 뜻을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로 채택된다.
▶미국정부가 해외국가 국민노릇을 한 증거는 어떻게 잡아낼까. 당사자만 가만 있으면 모르는 것 아닐까. 물론 길은 있다. 다만 지극히 좁을 뿐이다. 미국에만 살거나 본국에 다녀오더라도 미국입국시 꼬투리잡히지 않을 정도로 잠깐잠깐 다녀오는 것이다(그런데 이 경우는 한국국적을 유지하면서 한국국민된 도리를 다하는 것과 거리가 멀어진다).
몇개월 몇 년 이상 체류하고 오면 반드시 그 나라에서 뭘 했는지 입증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대부분 해외국가 국민노릇은 들통나게 돼 있다. 더욱이 한국에서 국방·납세의무와 국적법이 맞물리면서 감시의 눈이 날카로워졌듯이 미국에서는 시민권자들이 살기는 외국에서 살면서 웰페어 등 미국의 혜택을 누리는 이름뿐인 미국시민(영주권자 마찬가지)을 솎아내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신고하나. 영주권자든 시민권자든 포기는 미국에서도 가능하다. 그러나 박탈(추방)당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불체자로 살아가는 재미를 맛보려는 괴상한 취미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미국에서 할 이유가 없다.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포기하는 순간 불체자가 되기 때문에 거의 100% 본국으로 돌아가 수속을 밟는다. 영주권 포기는 해당국 소재 미국대사관에 비치된 1쪽짜리 소정양식을 작성해 제출하면 되고, 시민권 포기는 법무부에 국적포기(Denaturalization)페티션을 보내면 된다.
▶결론 : 이리저리 따져봐도 역시 결론은 하나다. 국적은 하나다. 현재로서는 둘 다 갖기 위한 궁리는 시간낭비일 수밖에 없다. <정태수 기자>
◇도움말 주신 분 : 알렉스 박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