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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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 선발, ‘득’인가 ‘실’인가

2005-05-11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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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의 선발 등판이 팬들을 놀라케 하고 있다. 비록 단발성 선발 등판이지만, 11일 김병현의 선발등판은 불과 2주 전만해도 마이너리그 행이 운운되던 김병현으로서는 여간 고무적인 일이 아니다.
김병현은 올 시즌 콜로라도의 불펜에서 방어율 7.62를 기록하고 있다. 헤매도 어지간히 헤매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핵 잠수함은커녕 별 도움 안 되는 선수로 콜로라도 지역 언론에 낙인 찍히고 있다.
성적으로만보면 김병현은 당연히 마이너리그행이 수순이었다. 그러나 콜로라도는 어쩐일인지 김병현을 선발로 승격 시켰다. 콜로라도가 처한 상황이 김병현을 돕고 있는 것이다. 불펜은 물론 선발, 방망이…등 총체적인 난국이 김병현에게 한숨 돌릴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김병현 한 사람에게 화살을 돌릴만한 여력이 없다.

8승22패, NL 서부조는 물론 전 메이저리그에서 꼴찌 성적을 내고 있는 콜로라도는 김병현이 있으나 없으나 어차피 마찬가지이다. 선발에서 망치나, 불펜에서 망치나 마찬가지일 바에야 선발기용을 한번 테스트해 보자는 계산이다. 아리조나에서 선발로 뛴 경험도 있고, 보스턴에서도 작년 선발로 뛴 바 있다. 불펜에서 별로 도움이 안될 바에야 선발전환 모험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물론 김병현의 선발 등판은 전적으로 김병현에게 득만되는 것은 아니다. 선발 전환은 자칫 콜로라도에게 김병현을 처분할 명분을 줄 수 있다. 불펜에서 망친 김병현이 선발에서도 망치면 설 곳을 잃고 만다.
물론 김병현의 선발등판은 표면적으로나마 김병현에 대한 구단의 신뢰감을 보여주는 것이다. 보스턴 시절에는 잘나가다가도 터지고, 못나가도 터졌다. 패넌트 전쟁으로 1경기 1경기가 급했던 보스턴은 기복이 심한 젊은 김병현을 참아내지 못했다.
콜로라도 이적은 김병현으로서는 곪아 터진 상처를 치료할 절호의 기회였다. 감독 클린트 허들이 김병현을 감싸고 있고, 선발로 기용할 만큼 여유도 있다.


언론이 뭐라든, 겉으로 나타난 성적이 어떻든 나름대로 김병현의 장점을 보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김병현의 선발 등판은 땜질성에 불과하다. 크게 흥분할 일도, 구단차원에서의 대단한 선처도 아니다. 그러나 김병현으로서는 국면전환의 돌파구로 삼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클로저 아니면 선발을 고집해 왔던 김병현은 그만큼 자신의 구질에 자존심을 걸고 있다. 짐이 무거울수록 그만큼 실력도 빛난다는 것을 구단에 확신시켜야 한다. 우승반지를 2개나 낀 김병현이 꼴찌구단에서는 어떻게 살아남을까?… 김병현으로서는 좋은 경험이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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