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미 한인사회도 시민운동 네트워크 형성돼야”

2005-04-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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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BC, 박원순 변호사 초청 시민운동 세미나 가져

UBC, 박원순 변호사 초청 시민운동 세미나 가져

80년대는 대표적인 인권 변호사로 90년대에는 한국에서의 시민 운동을 이끈 박원순 변호사가 밴쿠버를 방문했다.
지난 15일 UBC 한국학연구소는 이 대학 학생과 일부 교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박원순 변호사와 UBC 방문교수인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를 초청해 한국과 북한에서의 시민운동 전개 과정과 전망 등에 관해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날 세미나에서 현재 교환교수로 미 스탠포드 대학에서 한국에서의 시민운동과 관련 강의를 하고 있는 박 변호사는 “참여연대를 비롯한 한국의 시민 운동 단체들이 지난 총선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미쳤다”고 언급하고 “150명으로 구성된 후보 검증위원회가 출마 예상 후보들의 과거 행적들을 조사한 후 축구경기처럼 옐로 카드를 보내 출마를 포기토록 했으며 이에 응하지 않는 인사들에게는 레드카드를 발송하는 한편 낙선 운동을 전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결과 낙선 운동 대상자의 70%이상이 탈락했으며 일부 정치권에서는 시민단체를 한국의 CIA(KCIA)로 부를 정도였다”고 언급했다.
그는 하지만 “시민운동 단체도 비판받고 있고, 반성할 점과 도전 과제가 있다”고 언급하고 ▲시민운동 단체 인사가 정치권과 행정부에 기웃거리거나 ▲시민운동단체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있으며 ▲개혁을 위한 추가과제 개발이 없고 ▲심지어 시민이 없는 시민그룹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제적된 후 지난 80년 사법고시를 거쳐 1년간 검사생활을 한 그는 변호사로 변신했으며, 94~2002년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지낸 그는 참여 연대가 최고로 주목을 끌던 지난 2000년 <아름다운 재단>이라는 단체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날 세미나에서 그는“시민 운동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도 누구든지 할 수 있다”며“요즈음은 NGO라는 용어 못지 않게 NGI(Non-Government Individual)라는 것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그가 이끄는 <아름다운 재단>과 <아름다운 가게>에 대해 소개하고, 모두가 자신이 가진 아주 조그만 것도 이웃과 나눌 경우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며 1% 나눔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 운동에는 전국적으로 1,000개가 넘는 가게가 참여하고 있으며, 익명의 독지가, 위안부 출신 김군자 할머니, 중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비즈니스를 하는 류무종씨도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뉴욕에는 한인에 의한 기금 조성 전문 조직이 설립되어 있지만 그 외 지역은 거의 전무하다”며“단편적인 기금조직이 아닌 전문적인 기금 조직 등을 통해 해외 한인 사회도 시민운동 네트워크 형성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이은 주제 발표에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겸 NGO대학원 교수인 조희연 교수는“각국의 시민사회 운동이 반제국주의 운동, 반(反)세계화 운동으로 전개되는 것이 추세”라며“농민 운동이 반미 운동으로 변화되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시민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며“다양한 사회를 맞아 시민 운동도 정치, 경제 개혁뿐만 아니라 가정 폭력, 환경 운동 등 생활 밀착형 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세미나를 이끈 UBC 정치학과 박경애 교수는 북한에서의 시민 운동에 대해 언급하고“경제 개혁 추진과정에서 시장 경제를 일부 도입하기 시작한 북한 지도부는 체제 단속과 경제 개방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 딜레마에 있다”며“북한에서의 시민 운동은 권력 지도부가 위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UBC 교환교수로 온 한국외국어대 정외과 남국영 교수 숙명여대 법학과 김두형 교수, 법무법인 새시대 이은기 변호사 등도 참가했으며 주로 어학 연수생들로 구성된 밴쿠버의 한인학생 반전 단체인 KSNAW(Korean Students Network Against War)소속 학생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단체 소속 김상도 군은“한국에서의 시민운동 전개에 있어 커다란 역할을 한 박원순 변호사가 밴쿠버를 방문했다는 소식과 북한 시민운동 전망 등에 관한 세미나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선 관심 있어 참석했다”고 말했다.
/안영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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