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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한 법률상식

2004-12-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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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에 대한 관례법

연말과 새해에는 많은 한인단체들이 친목을 겸한 공식 모임을 갖게 되고 성조기와 태극기를 동시에 게양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런 시기에 국기에 대한 관례법에 관하여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관례법이란 관례적인 것이며 판결문에서 인용될 수는 있으나 성문화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애매모호한 점이 없지 않다. 국기에 관한 관례법이 그중 하나다.
나라에 따라 국기의 보관이라든가 게양 양식에 관한 관례법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국제적인 관계에서 외국의 국기와 같이 게양할 때에는 국제적 규정 내지 관례법을 따르게 되어 있다.
최근에는 우리 한인사회에서도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꽂아두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것은 미국에 사는 이민자로서 바람직한 것이다. 다만 어느 나라 사람이건 외국에 가서 살 때 두 나라의 국기를 동시에 게양할 경우 거주국의 국기가 왼쪽에 있어야 한다는 관례법만은 지켜야 한다. 이것은 어떤 행사 때 두 나라의 국기를 동시에 게양해야 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 나라의 국기가 왼쪽에 있어야 하고 태극기는 오른쪽에 위치해야 한다. 두 나라의 국기는 연단 앞 또는 뒤 어느 쪽에든지 나란히 꽂을 수 있으나 청중이 보는 위치에서 왼쪽에 그 나라의 국기가 위치해야 한다. 여러 나라의 국기가 동시에 게양될 때에는 그 나라의 국기가 좌측이거나 중앙에 위치하는 것이 예의이며, 또 국기의 크기를 똑같이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와 같은 국제적 관례는 원래 영국에서 행해지던 것이며, 오늘날에 와서는 영국의 관행을 답습하는 나라들이 많아졌다. 예를 들면, 국기는 일출과 일몰 사이에 게양한다든지, 조의(mourning)를 표할 때에는 반기(half-mast)로 한다든지, 국기로 관(coffin)을 덮을 때에는 그 위에 꽃같은 것을 일체 두어서는 안 된다든지 등이다. 한국에서는 국기에 대하여 일반인이 경례를 할 때에 오른 손을 왼쪽 가슴 위에 얹은 것이 관행이나 영국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즉 제복을 입은 사람은 군대식으로 경례하지만, 평복을 입은 일반인의 경우 남자는 모자를 벗어서 가슴에 얹고, 여자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하면 된다. 국기가 낡아서 못쓰게 될 경우에는 정중한 자세로 소각해야 하며, 쓰레기통 같은 데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된다.
국기는 그 나라의 존엄과 최고의 것을 상징할 뿐만 아니라 애국심의 표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인들의 이러한 애국심의 한 가운데에는 늘 성조기가 있다. 국기를 아끼고 사랑하지 않는 국민은 없겠지만 미국인들의 성조기 애착은 유별나다. 시민권 시험문제엔 성조기 관련문제가 포함되는 가하면 배시 로스가 바느질로 성조기를 처음 만드는 그림이나 사진을 팔고 신발이나 운동복과 모자 같은 것에도 성조기 디자인을 넣어 상품화한다. 한 마디로 멀리서 바라보는 국기가 아니라 생활속의 국기의 이미지다. 이렇게 성조기는 미국에 사는 다민족의 이질적 요소들을 하나로 용해하는 촉매제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우리 한국의 태극기도 미국 성조기의 실용성을 본받아 국기자체의 권위의 상징으로서만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가치를 가졌으면 좋겠다.

박재홍 <변호사>
(714)534-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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