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 법 (38)

일반적으로 범법행위를 한 사람들이 처벌받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려진 사실이지만 간접적으로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처벌이나 형사책임(criminal liability)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십상이다. 따라서 이번 주에는 지면을 통해 간접적으로 범죄에 연루된 사람에 대한 형사책임의 일반적 개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범인을 크게 구분하면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주범(principal), 공범(accomplice)과 종범(accessory)이다.


범죄 저지른 주범을 부추긴 공범도 처벌
범행의도 모르고 도움 줬을땐 책임면해

주범(Principal) 및 공범(Accomplice)
캘리포니아 형법에 의거하면 어떤 특정한 범죄에 같이 참여한 사람 모두가 동일하게 그 범죄에 대해 유죄라고 못박고 있다.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 주범과 옆에서 범행을 하라고 부추긴(aiding and abetting) 사람의 죄질이 동일하다는 말이다.
주범의 정의는 경범 및 중범죄의 경우 실제로 직접 또 적극적으로 범죄행위를 저지르는데, 또는 미수에 그칠지라도 그 행위에 가담한 모든 사람과 범죄행위에 도움을 제공하고 부추긴 모든 사람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B를 살인할 계획이 있음을 알면서 C가 옆에서 실제로, 또 의도적으로 A에게 용기를 주거나 정신적으로 부추겨 A가 B를 살해했을 경우 C도 동일하게 유죄라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요소는 C의 범행의도(mens rea)다. 만일 A가 C에게 B를 살해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을 때 C의 입장에서 A가 농담조로 이야기한 것으로 이해하고 전혀 범죄의사 없이 장난 삼아 “B를 죽여라” 했다면 공범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말이다.
범행의도는 재판을 통해 상황과 증거를 토대로 결정하게 된다. 부연하자면 C가 A의 살해 목적과 살의를 분명히 인지한 상태에서 도움을 주고 부추겼을 때에만 C의 범죄행위가 성립된다는 말이다.

공범의 법적 정의
영미법(common law)의 정의를 보면 범죄를 장려하고 용이하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타인의 행위에 도움을 제공하거나 부추긴 사람 또는 법적으로 범죄행위를 저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적으로 직무를 유기한 자도 공범에 포함된다.
예를 들어 A가 B를 살해할 것을 사전에 파악하고 A에게 직·간접적인 도움이나 부추기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B가 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고의적으로 경찰에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면 C 역시 공범이 된다는 말이다. 여기서 핵심단어(keyword)는 범행의도(criminal intent)다.
만일 A가 자동차를 견인(towing)하기 위해서라며 C에게 토잉 트럭을 빌려달라고 해 C가 빌려줬다고 치자.
그런데 이 토잉 트럭으로 A가 남의 자동차를 훔쳐내어 팔았다 해도 C는 A의 범죄행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빌려준 것이므로 C의 행동은 범행의도가 결여된 것으로, 즉 공범이 아니라는 말이다.
여기서 상기해야 할 사항은 공범은 주범의 원래 의도했던 범행에 대한 책임뿐 아니라 그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또는 확률적으로 높게 발생할 수 있는 부수 범죄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예를 들어 C의 도움과 부추긴 상태에서 A가 B를 강간하는데 B가 저항하다 A에 의해 살해됐다면 강간뿐 아니라 살인죄에 대해서도 C도 A와 동일한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일단 공범이 되기로 동의한 상태에서 마음이 바뀔 경우 책임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은 주범에게 범행에 가담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통보한 후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동원하여 범죄행위를 막는데 주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바로 경찰에 연락을 취한다든지, 또는 시간이 촉박할 경우 피해자에게 연락을 취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 범죄를 막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행동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범죄가 발생했다면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있다.


김기준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