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호텔을 아파트로 ‘리모델링’ 유행
2004-12-23 (목)
관리비 낮고 노사갈등 없어
호텔주인들, ‘전환수술’ 선호
오클랜드 텔레그래프 애브뉴 21가와 22가 사이에 우뚝 솟은 6층짜리 붉은 벽돌 아파트는 원래 YMCA 건물이었다. 이 일대가 번성하면서 유지비가 높아지자 비영리단체인 YMCA로서는 좀더 싼 곳을 찾아 짐을 꾸릴 수밖에 없었고, 결국 부가가치가 높은 아파트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 정도는 약과다. 아예 호텔을 아파트로 개조하는 ‘언뜻 이상한 전환수술’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손님들이 들고남에 따라 하루하루 수입이 달라지는 것 자체가 번거로운 일인데다 최근 몇년동안 관광객이 줄어들어 성수기에도 입실율이 80%를 넘기기 힘든 실정에서 더 이상 호텔영업으로는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직원노조와의 임금협상 등 골치아픈 숙제들을 풀어야 하는 고충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도 호텔→아파트 리모델링은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때 LA 한인타운의 명물로 꼽혔던 14층짜리 월셔타워호텔 역시 같은 운명을 밟았다. 호텔에 들어서면 달라지지만 워낙 허름하고 시끄러운 주변환경 때문에 손님들의 외면을 받자 아예 아파트로 바꾼 뒤부터 그럭저럭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같은 고급호텔 성형수술 바람이 세계최대 마천루를 형성하고 있는 뉴욕 맨해튼에도 파고들었다는 소식이다.
뉴욕 타임스지 최근 보도에 따르면 맨해튼 중심가 바로옆에 자리잡은 인터컨티넨탈호텔을 아파트로 개조하는 작업이 한창인 것을 비롯해 올해 들어서만 6∼7개 호텔이 아파트라는 이름표를 달게 됐다. 한인들에게도 비교적 잘 알려진 플라자·메이플라워·댈모니코,·스탠호프·엠파이어 호텔 등이 이제는 ‘어제의 호텔, 오늘의 아파트’로 변했다.
현업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부분 비슷하다. 존스랭라살르 호텔의 아서 애들러 경영이사는 요즘처럼 주택 수요가 많을 때는 호텔을 경영하는 것보다 아파트를 분양하는 것이 더 이익이다고 말했다. 브로커리지 기관인 더글라스엘리스만은 최근 보고서에서 호텔은 경치가 좋은 주요 지역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다며 개발자들은 아파트 건설에 드는 높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호텔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회사 선샤인그룹의 루이스 선샤인 최고경영자(CEO)는 호텔을 아파트로 리모델링하는 것은 대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