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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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가주 최대 GALT도매시장 탐방

2004-12-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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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은 수북 사람은 썰렁


요새는 단속반도 잘 안와
되지도 않는데 잡아봤자…


고트 가트 골트 갈트. 새크라멘토 인근 소도시 GALT는 발음부터 팍팍하다. 시쳇말로 ‘된장 발음’에 굳은 혀로 ‘빠다 발음’을 흉내내자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표기는 더 어렵다. L자 때문이다.
그런데 GALT가 진짜 고약한 ‘L자 덫’에 걸려 있다. 이 조그만 도시의 대표상품인 북가주 최대 GALT도매시장이 도무지 L자형 불황(장기 불황)에서 헤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4일(화) 오전 8시30분쯤, 물어 물어 찾아간 그곳은 그 시간까지도 짙은 안개에 휘감겨 여전히 새벽같았다. L자형 긴 겨울잠에서 덜 깨어난 듯한 분위기 그대로였다.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더 많아보이고 축구장 두세개를 합친 정도의 도매시장은 그 넓이 때문에 더 휑한 느낌만 줄 뿐이었다.
어, 왜 이렇게 사람이 없지?! 전에는 안그랬는데. 사람들에 치여서 발걸음 옮기기가 어려울 정도였는데…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앞둔 때라 14일 도매시장이 연중 가장 북적거릴 때라며 직접 한번 구경하라고 자신있게 추천했던 안내인은 도매시장에 들어서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 말부터 내뱉었다.
몇걸음도 지나지 않아 안내인을 알아본 잡화도매상이 한숨섞인 푸념을 쏟아냈다.
말도 마. 이건 크리스마스도 아니여. (매상이) 3분의 1도 안돼. 작년보다도 안좋다니까.
찾는 손님이 별로 없어 통로쪽으로 나오지도 않고 천막매장 안쪽에서 현금출납기와 장부를 올려놓은 임시받침대에 팔꿈치를 괸 채 궂은 뉴스를 이어가던 그 잡화도매상은 김00씨는 어디서 하느냐는 안내인의 물음에 하다 하다 안되니까 그만 뒀지 뭐. 요새 안나와.라고 되받았다. 비록 인조 꽃이지만 맹색 꽃 속에 파묻힌 주인의 얼굴도 꽃과는 거리는 멀었다. 뜸뜸이 스쳐가는 사람들은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매상을 물어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핸드백에서 짐가방에 이르기까지 온갖 가방들로 가득찬 천막 앞을 지나며 안내인이 대신 말했다.
전에는 이런 가게에서 하루 매상만 10만(달러) 20만(달러) 했어요. 여기 이 사람들 이렇게 천막 치고…우습게 보일지 모르지만 거의다 몇만 스퀘어(피트) 웨어하우스를 갖고 (비즈니스를) 크게 하는 사람들이에요.
6, 7열 종대(보기에 따라 횡대)로 늘어선 천막매장을 차례로 돌다 안내원을 알아본 의류도매상이 손짓했다. 밤샘작업(보통 이곳 도매상들은 전날 저녁이나 한밤중부터 세팅을 하고 손님맞이 채비를 갖춰놓는다)으로 까칠까칠한 얼굴에 천막안에서 담배를 피워물던 그는 안내인과 기자가 들어서며 경기가 어떠냐고 묻자 단박에 재미 없지 뭐라고 대답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짜가상품’으로 화제가 옮아가자 그가 찔러넣은 말 또한 북가주 최대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풀죽은 GALT도매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었다.
요새는 단속반도 잘 안와. 되지도 않는데 와봤자고, (가짜상품 파는 사람이) 몇 있다고 해도 잡아봤자 그러니까 잡을 생각도 안하는 모양이여. 잘 돌아가야 잡고말고 할 것 아니여. 지난번인가 지지난번에 중국사람이 가짜 핸드백을 팔다 (단속반에) 걸렸는데 오늘 또 (팔러) 나온 것 같더라고.
그나마 사람들 발길이 북적거리는 곳은 TV나 오락기 등 중국산 싸구려 전자제품 코너. 주로 히스패닉계 손님들이었다. 밍크이불 코너·의류코너는 더러 손님들이 들락날락하는 모습이 보이기는 했지만 주인도 안내인도 옛날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 말했다. 경기가 안풀리다보니 의류 코너에는 한둘 걸러 한인들(이 주인)이었는데 이제 많이 안보인다는 안타까운 설명도 뒤따랐다.
10시 조금 넘어 더욱 휑해진 그곳을 나오면서 나눈 대화에도 희망의 메시지는 얄팍했다. 언제 좋아질까요?
글세…. 좋아지긴 좋아져야 하는데. 나도 이거 그만 둬야 할랑가벼.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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