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울너럭/중국과 한국 사이에서

2004-11-30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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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규<새크라멘토 부흥교회 목사>

몇 주전, 1년 만에 중국과 한국을 다녀온 이후로 나는 중국의 경제성장에 놀랐고, 우리 국민들의 무감각에 놀랐다. 중국에서는 사회주의 이념에 뿌리박혀 있어서 철저한 자기절제와 통제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유로이 시장경제 체제 속에서 성장해 가는 새로운 사회를 보았고, 한국에서는 무감각증 가운데서 IMF 때보다 더한 불황이라고 너도나도 부르짖는 소리를 듣고 왔다.
중국은 1년 전과는 너무나 달라진 모습이었다. 내가 1년 전에는 흔하게 볼 수 없었던 휴대폰의 물결이 한국을 앞지를 기세로 넘실대었지만 복사본의 천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다운 모습은 여전히 볼 수 있었다. 아직 질서의식도 없고 자본주의 세계가 가지고 있던 문화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기에 가는 곳마다 나를 불쾌하게 한 일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개화기에 우리나라를 찾았던 외국인들의 눈에 우리 모습이 그렇게 비쳤을 것이라는 생각에 한참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았다. 한편으론 몇 년이 지나면서, 그리고 한 세대만 지나면 그들의 문화수준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변해있을 것을 그려보았다.

그러나 누가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 할 수 있으랴. 달러화보다 상대적으로 더 인기가 있는 원화 덕분에 한국 돈을 쥔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으로 몰려가고 있으며, 한국의 학원가는 중국어를 모르면 끼어주지도 않을 기세로 몰아쳐 오는 중국어 공부의 열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환율 차를 즐기기나 하듯 중국으로 몰리는 관광객들, 영어권대신 한국 떠나 중국으로 몰리는 조기 유학생들……. 이러다간 무감각한 우리가 똑바로 정신차리고 성장하는 그들에게 쥐어 살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중국 심양에서 내가 만난 한국인이 있었다. 중국인을 모르고 섣불리 사업에 투자했다가 전 재산을 날린 그는 중국인의 속은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했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중국인은 알 수 없다. 아들이 중국을 알고 싶은 마음에 연변에 가 있어서 아들이 느낀 중국을 들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했다. 중국을 얕잡아 볼 수 없다. 우리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한국의 정치가 시끄럽고, 문화나 교육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중국은 커가고 있음을 느끼면서 가슴이 답답했다. 그러나, 나는 확신했다. 역사적인 고난을 통해 이루어진 우리 정신의 뿌리는 결코 그런 것에 꺾이지 않고, 지금의 문제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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