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유익한 법률상식 ■ 이민법

2004-11-22 (월)
크게 작게
탈북자의 망명과 난민 신청

의회가 지난 10월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북한 인권법은 여러 조항들을 담고 있지만, 탈북자의 미국 망명과 난민 신청도 주요 관심사의 하나이다. 북한 인권법은 한 마디로 북한 사람들의 난민이나 망명 신청의 문턱을 대폭 낮췄다. 미국에서 난민과 망명 신청은 아주 까다롭고, 미국은 난민과 망명 신청에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 난민과 망명 신청을 심사하는 관리들은 가짜가 많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공정해야 할 이민 판사들도 편견이 심하다. 그래서 미국에서 이민법원을 통해서 접수된 망명 신청은 열에 아홉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북한 인권법 통과로 문턱 낮아져
한국에 정착한 사람은 신청 못해


망명을 하려면 우선 망명 신청자가 인종, 종교, 국적, 정치적 견해, 특정사회 단체의 소속 때문에 박해를 받았거나, 본국으로 돌아가면 박해를 받을 뚜렷한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미국 영토 밖에서 난민 신청을 하려고 해도, 이 다섯 가지 이유 중 하나로 박해를 받았거나 받을 가능성이 현저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북한 인권법의 통과로 탈북자가 망명이나 난민 신청을 했을 때, 두 가지는 기정사실로 전제하고 출발한다.
첫째, 북한이 정치적, 종교적 자유가 없다는 점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돌아가면 틀림없이 박해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제3국 정착 가능성도 망명과 난민 신청에 큰 장애였다. 미국 정부는 안전하게 제3국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의 망명을 받아주지 않는다. 그런데 북한 인권법의 통과로 탈북자에게 이 점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탈북자에게 정착 가능한 제3국이란 바로 한국이지만, 설사 현실적으로 탈북자가 한국에 정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탈북자가 미국으로 망명이나 난민 신청을 하면, 이것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일단 한국에 들어와 정착한 사람은 이야기가 다르다. 만약 북한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한국에 정착한 사람은 망명이나 난민 신청을 할 수 없다고 본다.
법안 자체에도 한국의 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이 망명이나 난민 신청에 장애가 될 수도 없지만, 일단 보호를 받는 사람 역시 이 때문에 득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마음을 바꾸어, 망명신청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 경우는 제3국에 안전하고 확실하게 정착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으므로 망명 신청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한국에 정착한 사람이 아닌 탈북자들의 망명이나 난민 신청을 무조건 받아준다는 것인가?
실제 법률이 어떻게 운용될 지는 국무부의 가이드 라인이 나와야 명확히 알 수 있지만, 거의 그렇게 된 거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망명이나 난민 신청자가 종교, 정치적 견해, 국적, 인종, 특정 사회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지 않고, 단지 경제적 이유로 탈북했다면, 난민이나 망명 자격이 없다.
그렇지만, 탈북자들이 북한에 돌아가면, 이 때문에 심한 형벌을 받는다는 것을 의회가 인정했으므로, 탈북자라는 것 자체가 망명이나 난민 신청 가능한 하나의 사회집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탈북자들은 탈북을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북한에 돌아가면 형벌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난민이나 망명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법안은 일단 북한 주민의 난민 신청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 사람이 제출한 난민 신청은 모두 긍정적으로 검토될 것이다.
의회는 관련 부처에 매년 탈북자의 망명과 난민 신청자수를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은 탈북자들이 난민과 망명 신청을 어떻게 처리할 지는 구체적으로 밝히고 않고 있다. 그렇지만, 국무부가 내년 4월까지 후속 조치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변호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