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석 이야기

2004-10-30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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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여인을 위해 블루 토파즈를

햇빛은 쨍쨍, 푸른 바탕에 흰 구름만 넘치던 하늘이, 어제오늘 비가 내린다. 빛 바랜 건물, 우중충한 나무들과 힘없이 늘어진 가지들. 비가 내리고 회백색의 안개가 뿌려질 땐,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시작도 끝도 없이 뒤범벅이 되어 버린다. 참 오랫동안, 눈물 한줌 뿌려주지 않을 만큼 LA 하늘은 삭막했었건만, 어제오늘은 제법 감성적으로 변해 니나 사이먼의 노래도 걸어놓고, 커피 향도 짙게 만들어서 두고 있다. 이유도 없이, 대상도 없이 외롭기까지 한 것이, 괜스레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가끔씩은 이런 따뜻한 외로움과 싸늘한 바람이 그리운 것이 사실이다.
안개가 늘 끼어 있는 섬. 홍해 근처에 있는 토파지오(Topazios)라고 불리는 섬이 있었는데, 아름다운 청색의 보석을 찾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짙은 안개 속에 싸여 있어서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그 섬을 ‘찾는 섬’이라고 부르게 되었으며, 그 청색의 보석을 ‘Topaz’라고 부르게 된다. 신비에 싸여 있던 맑고 아름다운 토파즈는 예로부터 미와 건강을 지켜주는 보석으로, 희망과 부활을 상징하는 11월의 탄생석이다. 고대에는 토파즈를 실로 꿰어 왼쪽 가슴에 늘어뜨리면 악마를 피할 수 있다고 믿었고,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던 중세에는 포도주에 담가 둔 토파즈로 눈을 문지르면 시력이 좋아지고, 그 가루를 포도주에 넣어 마시면, 천식이나 불면증이 없어진다고 믿었었고, 동양에서도 역시 건강의 돌이라고 불렀다.
토파즈는 여러 가지 색상을 가지고 있다. 아쿠아 마린보다 훨씬 짙은 푸른색을 지닌 블루 토파즈는 결혼 4주년 기념일에 사용되기도 한다.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블루 토파즈가, 희귀한 붉은빛이 도는 오렌지색의 임페리얼 토파즈(Imperial Topaz)는 무라카미 류의 소설 속에 등장할 정도로 일본이나 독일에서 인기가 좋다.
문득 ‘Red Roses for a Blue Lady’라는 노래가 생각이 난다. 회색의 빗줄기 사이로 어두움이 내려앉을 때 우울해지는 연인이 있다면, 시들지 않는 아름다움을 담은 블루 토파즈가 세팅된 주얼리를 선물해 보자. 어쩜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꼭 어울릴 수도 있겠다.
‘네가 외로울 때, 우울할 땐 내가 늘 함께 있어 줄께. 내 사랑을 담은 토파즈가 널 언제나 돌봐 줄 꺼야’라는 짧은 닭살 메모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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