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번 마셔보면 맛에 ‘ 깜짝 ‘

2004-09-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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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와인

6,000년전 술의 신 디오니소스 만들어
비잔티움 왕조말부터 와인산업 퇴색
1960년 들어 최신 농법화 우수품 생산


올림픽이 진행되는 동안 가끔 올림픽이 열리는 아테네와 인근 마을, 섬들이 소개되었는데, 음식과 함께 항상 와인을 마시는 그리스인들을 보면서 도대체 무슨 와인을 마시는지 궁금했다. 아직까지 그리스의 와인은 우리 주변에 그리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와인은 그 동안 그리스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에 가야 찾을 수 있었는데, 이번 올림픽을 시점으로 그리스 와인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증폭되어 그리스 와인 산업 발전의 새로운 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스에 와인이 처음 소개된 것은 기원전 4000년이라고 추정되니, 지금으로부터 무려 6,000년 전의 일이다. 와인을 맛본 그리스인들은 이를 신으로부터의 선물이라고 여겼으며,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디오니소스를 위한 축제는 매년 겨울에 열렸고, 그리스인들은 이 기간 동안 여러가지 공연과 함께 와인을 마시며 축제에 참가하였다. 그리스인들이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나 포도밭, 포도 등의 주제는 그리스에서 발견된 흙이나 돌, 쇠붙이로 만들어진 문화 유산들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다.
로마시대 초기, 그리스인들은 남부 이탈리아에 위치한 시실리섬 사람들에게 포도밭 경작법을 전해주었고, 이는 이탈리아에서 와인을 생산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당시엔 그리스가 와인의 종주국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리스 와인 산업은 비잔티움 왕조 말기부터 퇴색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오토만 시대에는 포도밭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와인업은 몰살의 위기를 맞이하였고, 오토만 시대가 5세기 동안 계속되면서 수도원 부근의 몇몇 지방만 빼고는 완전히 중단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와인 산업의 몰락은 그 후로도 오랜 기간 동안 그리스인들이 맛과 품질에서 매우 뒤처지는 와인을 생산하게 한 주범이기도 하다.
1960년대에 와서야 그리스는 최신 농법을 적용하여 품질이 우수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하였고, 그리스 정부 또한 좀 더 체계적인 와인 품질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면서 와인 산업은 활기를 되찾게 되었다. 현재 그리스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약 20%가 해외로 수출되고 있으며, 수출되는 물량의 90% 이상이 유럽에서 소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그리스의 와인이 아직까지 미국에 사는 우리에게 생소한 이유 중 하나는 와인 품종들이 우리에게 생소한 품종들이고, 이름이 발음하기 힘들다는 것도 크게 작용을 한다. 그리스의 와인 품종은 그리스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샤도네나 카버네 소비뇽 등과는 맛이 많이 다르지만, 한 번 마셔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맛있는 품종들이 많다. 물론 소비뇽 블랑, 리즐링, 샤도네, 멜로, 카버네 소비뇽 등의 품종들도 찾을 수 있고, 점점 고품질의 와인이 이들 품종으로 생산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아직까지는 그리스를 대표하는 품종으로 여겨지기에 힘들만큼 소량이 생산되고 있고, 가끔 그리스 고유의 품종과 혼합한 와인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 백포도주 품종

아시르티코(Assyrtiko), 앗시리(Athiri), 라고르시(Lagorthi), 말라고우지아(Malagousia), 모스코피레로(Moschofilero), 로볼라(Robola), 로디티스(Roditis), 사바티아노(Savatiano) 등이 있다.
이 중 아시르티코는 주로 에게해 섬에서 재배되는 품종으로 특별히 산토리니의 주 품종이며, 그리스를 대표하는 품종 중 하나이다.
아시르티코는 산도가 매우 높은 편인데, 사바티아노와 혼합하여 좀 더 균형있는 맛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산토리니 외에 마세도니아(Macedonia)와 아티카(Attica)가 아시르티코의 생산으로 유명한 곳이다.
앗시리 또한 에게해 섬에서 주로 재배되는 품종이지만, 펠로폰테소스(Peloponnese) 반도와 북부 그리스에서도 생산되고 있다.
로데스(Rhodes) 와인이 바로 앗시리 품종으로 만들어진 와인인데, 대부분 아시르티코와 혼합되어 만들어진다.


■ 적포도주 품종

아요르이티코(Agiorghitiko), 찌노마브로(Xinomavro), 만델라리아(Mandelaria), 마브로다프네(Mavrodaphne) 등이 있다. 이중 아요르이티코는 세인트 조지 지방에서만 찾을 수 있는 품종으로, 그리스 남부에서 생산되는 와인 중 최고로 뽑힌다.
아요르이티코는 카버네 소비뇽과 마찬가지로 영할 때 마시면 과일향이 강하게 느껴지고, 오크통 속에서 숙성시킬 경우 맛과 향이 더 풍만해 지면서 바디가 훨씬 풀하게 느껴진다.
찌노마브로 또한 아요르이티코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를 대표하는 적포도주 품종으로, 산도가 높고 색상이 밝으며 강한 과일향을 느낄 수 있다.
역시 오크통 속에 숙성을 시킴으로써 품질이 더 좋아지는 와인이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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