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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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비·창업자본등 서민들에 무이자 대출

2004-08-3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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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해결사’

1904년 유대인 10명‘프리론 협’설립
최고 2만달러까지 대출, 부도율 0%

대표적인 자본주의 사회인 미국에서 ‘무이자 대부기관’을 찾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런 가운데 무려 100년을 이자 한푼 받지 않고 ‘급전’이 필요한 주민들 30만여명에서 돈을 빌려준 기관이 있다. LA에 본부를 둔 비영리단체, 유대인 프리 론협회(Jewish Free Loan Associa tion)가 그것.
1904년에 LA 다운타운에서 장사를 하던 10명의 유대인 상인들이 각각 500달러씩의 거금(?)을 염출, 급하게 소액의 돈이 필요한 이웃에게 최고 25달러씩 무이자로 빌려준 것이 효시가 됐다.
신용으로 돈을 빌려주는 이들의 무이자 대부의 전통은 무려 100년이 되도록 철저하게 지켜졌으며 현재는 약 500만달러의 원금으로 최고 2만달러까지의 돈을 매년 새로운 대부 신청자 1,500여명에게 내주고 있다. 1인당 평균 빌려 가는 액수는 약 2,000달러.
이 기관은 담보나 신용 기록 등이 없어 은행에서 대부를 거절당한 사람에서부터 스몰 비즈니스 창업을 원하거나 부서진 차나 집을 급히 수리해야 하는 사람, 병원비가 밀린 사람, 모기지 페이먼트가 밀려 집이 차압당하는 사람, 학비가 필요한 불우한 학생 등에게 ‘고마운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자신을 믿어주고 목전의 불을 꺼주는 무이자 대부금에 대한 고마움 때문인가, 이들 기관은 필요한 사람에게는 인종이나 까다로운 조건 없이 빌려주는 데도 결과는 100% 상환이라는 또 하나의 전통까지 갖고 있다. 현재 할리웃과 밸리에서 청과상 두 곳과 투고 전문 음식점을 차려 성업중인 러시아 이민 시뱌토슬라프 라파일로프(46) 형제는 6년 전 2만달러를 이 기관에서 무이자로 빌려 창업, 성공한 케이스.
수중에 돈 한푼 없던 이들은 빌린 돈으로 두 대의 중고 밴을 사서 과일행상을 했고 5년간 단골과 신용을 쌓은 후 샬롬 청과상을 선셋 블러버드 7222에 냈다. 이들은 1년 반만에 매달 150달러의 원금 할부액수를 올려서 조기 상환했다. 웨스트 LA에서 안경원을 하는 레프 자발라스키(57·러시아 출신)도 3년 전 1만5,000달러를 빌려서 불가능한 창업이 가능했다며 고마워하고 있다.
운영이 어려워 매달 400달러의 할부금을 거르게 될 때도 “미리 전화해 줘서 고맙다. 다음에 내라”는 의외의 대답을 받았다며 “이 기관은 산타클로스”라고 말한다.
현재 이들에게 무이자 돈을 꿔간 사람수는 3,100여명. 페이먼트 액수는 최소 10달러에서 수백달러까지다. 유대인 기관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차용자들의 40%는 타인종이며 원금 증식은 LA 유대인연맹의 기부금에 의하며 운영은 유나이티드웨이가 맡고 있다. 100주년을 맞아 지원자들은 약 200만달러를 더 원금에 보탤 예정이다. 초기 수혜자 중 한명은 1925년에 무려 5만달러를 내놨다. 1980년대에 원금은 100만달러가 됐고 20년 동안 400만달러가 더 보태졌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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