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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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주차티켓’

2004-08-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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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 LA 간일없는 85세 노인 티켓받고 분통

LA시 연 320만장 발부
번호판 - VIN등 착오
10%가 “나는 억울”호소

LA시의 교통위반 티켓이나 주차위반 티켓의 발부 케이스 급증으로 적자예산에 시달리는 정부는 미소를 짓고 있지만 주차단속원의 실수나 기계적인 오류로 엉뚱한 벌금티켓을 받아드는 수많은 차량 소유주는 울상이다.
특히 이들은 잘못된 티켓을 무효화시키려면 일단 벌금을 내고 수개월간의 히어링과 대기를 거쳐야 하는 복잡한 단계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수표를 써내는 경우가 많아서 원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LA시의 주차관리국에 따르면 LA시에는 현재 약 500여명의 주차단속요원이 매년 320만장의 주차위반 티켓을 발부, 1억700만달러에 달하는 세수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중 약 10% 정도는 ‘적발된 자동차가 내 자동차가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고 관계자들은 전하면서 그러나 자동차 소유주가 직접 법정에 나와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행정적인 실수 교정 노력에 나서는 이들은 극소수라고 덧붙였다.
일단 정정 투쟁을 하게 되면 반수 이상이 케이스를 기각시킬 수 있지만 그 과정이 복잡하고 스트레스가 쌓이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여겨 사전에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
실제로 엉뚱하게 날아온 주차위반 티켓을 기각시키는데 무려 5개월을 소비한 한 새크라멘토 거주 노인의 스토리가 20일자 LA타임스에 소개됐다.
85세의 전직 철도근로자 도미닉 퓨마(새크라멘토 거주)는 지난 2월9일자로 발부된 LA시의 주차위반 티켓을 받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1951년이래 단 한번도 LA시를 방문조차 하지 않았고 주차위반을 했다는 그 시간에는 그가 손자와 함께 새크라멘토 치과를 방문한 확실한 알리바이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티켓에는 그의 자동차인 진갈색 포드 에스코트 대신 검은색 포드 트럭이 적혀 있었다. LA로 직접 와서 항의하자 돌아온 대답은 “먼저 벌금을 낸 후 코트에 가서 시시비비를 가려라”였다. “와라” “가라” “기다려라” “청문회에 나와라” 등으로 수개월간 실랑이를 하는 동안 벌금액수는 기존의 25달러에서 81달러로 올라갔고 당국은 “차를 압류하겠다”는 엄포를 계속했다.
그의 케이스가 해결된 것은 5개월만인 지난달 퓨마가 새크라멘토 비 칼럼니스트와의 대담에서 LA시 주차단속 비합리적 과정을 털어놨고 누군가가 그를 당국자에게 알려주면서였다.
당국은 “다른 사람의 자동차 번호판과 자동차 고유넘버가 매치되어 발생한 극히 드문 사고”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퓨마는 5개월 동안 새크라멘토에서 LA를 몇 번이나 오가고 스트레스로 불면증이 생겼다며 분노를 표명하고 있다.
또 소비자 권익단체도 “억울한 티켓 발부가 급증하면서 선량한 시민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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