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자 절망감 시청률에 이용말라”
2004-08-14 (토)
리얼리티쇼 ‘영주권 낚기’프로그램 이민자 권익단체 제작중단 요청
벌레 삼키기·맹견떼 공격 막기등
엽기적 콘테스트 우승자에 영주권
로컬 스패니시 TV가 방영중인 ‘피어 펙터’(Fear Factor) 타입의 리얼리티쇼 ‘영주권 낚기’ 프로그램이 이민자 권익단체의 분노 섞인 반발을 받고 있다.
리버맨 브로드캐스팅사(본사 버뱅크 소재)가 LA와 샌디에고, 휴스턴, 달라스의 방송국을 통해 방영중인 이 쇼가 불법체류자들의 절망적 상태와 그들의 삶을 시청률 높이기에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나 라 베르데’(Gana la Verde), 또는 ‘영주권 따내기’(Win the Green)라는 제목의 이 프로그램은 ‘산 테킬라 벌레 삼키기’ ‘맹견떼 공격 막아내기’ ‘과속 차량 사이로 달리기’ 등 엽기적 콘테스트를 마련하고 우승자에게는 영주권이나 합법적 체류근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영주권 100% 개런티’는 아니지만 영주권 수속을 위한 1년간의 법률비용을 전액 부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로 라틴계 이민자들의 권익을 위해 일하는 단체들은 이 쇼가 수많은 불법 이민자들에게 영주권자가 되는 과정에 대한 비현실적, 환상적 이미지를 제공하면서 아울러 불법체류 신분으로 고단한 삶을 사는 그들을 웃음거리로 만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방송국측에 쇼 제작의 방향을 바꾸던지 방영을 중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센트럴 아메리칸 리소스센터의 소장 안젤라 산브라노는 12일 이 리얼리티쇼가 극소수의 우승자들에게는 합법체류 기회가 되겠지만 훨씬 많은 불법이민자들의 정보가 이민국에 넘어가 그들의 단속만 돕게 된다고 중단요구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 단체 대표들은 곧 방송사측을 만나 이민 시스템과 불법이민자들의 현실에 대해 대책을 논의하고 그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 쇼의 광고주에 대한 보이콧이나 허위사실 유포 및 불법적 법률자문 등에 대한 법적 투쟁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방송국의 공동회장 레너드 리버맨은 “우리는 불법으로 체류중인 사람들에게 합법적인 신분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단체 대표와 만날 의향은 있지만 프로그램 중단의사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회가 넘게 방영된 이 프로그램에 대해 한건의 불평도 접수된 적 없을 뿐더러 현재 18~49세 히스패닉 시청자들 사이에서 두 번째로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벌써 3명이 영주권 취득단계에 들어갔고 또 한 명은 6개월 이내에 합법적 체류허가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이정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