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울너럭/내 이익을 떠나야 할 때

2004-08-0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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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크라멘토 부흥교회 나순규 목사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많은 일을 하며 이런저런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나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것이 ‘사회’(society)다. 이 사회 속에서 서로 얽히어 살아가게 되어있다. 초기부터 이민으로 시작된 미국 사회서 한인사회는 친족, 가계, 이웃, 종교 등에 기반을 둔 작은 이익집단(interest group)을 포함하는 폭넓은 하나의 공동체다. 이 공동체는 혈연, 지연, 그리고 결사공동체를 포함하여 하나의 큰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조국을 떠나 자신 개인의 이익을 구하면서 살면서 한국인으로서의 특징을 살리면서 더불어 살아야 하는 공동체다.
가끔 도서관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러시아, 베트남, 중국계 서적 등이 당당하게 꽂혀있는 공간 옆에서 한국 서적을 찾아보기 힘들 때 느끼는 아득한 감정. 그것이다. 한국에서 출판계에 몸담고 있던 터라 더 관심이 가는 분야이긴 하지만 우리 한인사회가 우리의 하나된 목소리를 이 땅에 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7월 23일에 22대 새크라멘토 한인회장 이 취임식이 있었다. 이 일을 전후로 사람을 찾느라 이리저리 뛰는 임원들과 그들을 팔짱을 끼고 바라보고 있는 제 2, 제 3의 눈을 볼 수 있었다. 가슴이 아려왔다. 누구를 위해 임원이 되며, 왜 그 속에서 일하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위해 팔짱을 끼고 먼 산 구경하듯 바라보고 있는가. 한인회라는 공동체의 일은 더 이상 너와 나의 감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누구 한 사람의 명예욕을 채워주는 기회로 삼아서도 안 된다. 타민족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겨루면서 미국 주류 사회 안에서 한인 사회의 권익을 찾고, 한국인의 아름다운 정서와 문화를 이 땅에 심는 일에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 그것을 경험자들과 신진들이 모여서 헤쳐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응집된 힘이 필요하다. 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한 발 더 나아가 더 큰 공동체의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

백퍼센트의 찬성을 얻진 못했어도 어떻든 민주적인 방법으로 대표가 선출되었다면 모두는 그를 받아들이고 권위를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그를 통해 2년이라는 임기 동안 목적한 일을 이루어가야 한다. 그래야 성숙한 공동체다. 나는 야당도 여당도 아닌 평범한 한 사람의 한인으로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자문위원으로 선출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그 일이 내게 진지하게 주어진 것이라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한인사회의 발전을 위해 단 한 가지라도 자문(?)하여 내 임무를 다해볼 생각이다. 하지만 나는 새 회장에게 묻고 싶다. 무얼 보고 저를 자문위원으로 세웠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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