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산은 정치가에게 득인가 덫인가

2004-07-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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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기보다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이 쉽다고 신약 성서는 말한다. 그런데 정치가들의 천국은 좀 다르다. 최근 몇몇 보도들을 보면 양당 대통령, 부통령 후보 4명의 재산을 모두 합친 것이 6억 달러에서 10억 달러로 추정된다.
조지 W. 부시, 딕 체니, 존 에드워즈 세사람은 모두 재산을 수천만달러 선으로 보고했다. 누구도 존 F. 케리 급은 아니다. 케리의 개인 재산과 부인 테레사 하인즈 케리 여사와의 공동 재산을 합치면 2,700만달러~5,700만달러 수준이다. 케리 여사가 하인즈 케첩 상속자인 죽은 전 남편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은 별도로 5억달러에서 8억달러이다.
미국 정치에서 재산은 조지 워싱턴이래 언제나 한 요인이 되어왔다. 조시 워싱턴은 마운트 버논과 그에 속한 노예들 뿐 아니라 뉴욕에서 오하이오 강에 이르는 수천에이커의 땅, 채권, 주식등을 소유, 미국 최고의 부자로 일컬어졌다.
일상의 삶에서와 마찬가지로 정치에서도 재산은 득이 되기도 하고 덫이 되기도 한다. 부자 정치가들은 돈 없는 사람들에 비해 부패의 유혹을 덜 받을 것이니 더 믿을 만하다는 유권자들도 있다. 그보다도 돈이 많으면 사다리를 밑에서 부터 올라갈 필요가 없다. 곧바로 주지사나 상원의원 혹은 대통령 선거에 나설 수가 있다. 로스 페로나 스티브 포브스가 그런 케이스였다.
부자 후보에게 덫이 되는 것은 돈으로 공직을 사들인다는 공격을 받을 수가 있다는 사실이다. 혹은 1960년 존 F. 케네디의 경우는 그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서 그렇게 했다는 공격을 받았다. 또 다른 덫은 재산이 후보 개인에 대한 이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부자가 되었는가, 부자라는 사실이 후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 따위이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부분의 대답, 그리고 가장 안전한 대답은 태어나기를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것이다. 건국 이후 초기 대통령들의 대부분이 이 범주에 속했고 보다 최근으로 오면 디어도어 루즈벨트, 프랭클린 루즈벨트, 케네디 그리고 지금의 부시 부자가 여기에 속한다.
한편 돈으로 문제가 되는 케이스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면서 스스로 부자가 되려고 애를 쓴 정치가들이다.
올해 4명의 후보들 중 3명은 정치에 입문하기 전 돈을 모은 방식과 관련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에드워즈는 법정 소송 변호사로 기업이나 공화당에게는 저주에 속하는 일을 했다. 그가 소송을 이기고 합의금으로 얻어낸 액수는 총 1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체니는 유전과 건축관련 기업인 핼리버튼에서 4,400만달러를 받으며 최고 경영자로 일했고 그후에도 연간 15만 달러씩 받고 있다. 그런데 이 회사가 110억달러 짜리 이라크 재건 정부 사업을 따내지만 않았다면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지 W. 부시의 경우는 그의 망해가던 석유회사가 하켄 에너지에 흡수되고 그 거래로 받은 주식을 판매하는 과정이 1994년 주지사 선거, 2000년 대선, 그리고 2002년 계속 문제가 되었다. 하켄의 디렉터였던 부시는 주식을 84만8,000달러에 팔았는데 그리고 나서 두달이 지나 주가가 4달러에서 1달러로 떨어졌다. 부자 정치인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약점은 아마도 일반인의 삶과 너무 괴리될 수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1992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그런 일을 경험했다. 당시 캠페인 중 그는 수퍼마켓 계산대에서 전자 스캐너를 쓰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랐다는 고백을 했었다.
민주주의에서 일반인과 동떨어졌다는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은 버텨내기 힘들다. 링컨부터 클린턴에 이르기까지 대통령 후보들은 항상 보통사람들의 고통과 경험을 이해할 줄 안다는 사실을 강조해왔다. 이번 대선 후보로 나선 부자 정치가들이 절대로 하지 않을 일은 재력에 대해 떠벌리는 일일 것이다.

폴 버카/LA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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